얼마 전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자. 물건을 살 때마다 가게 직원들은 같은 질문을 했다. 결제 창에 태극기가 뜨는 게 반갑기도 하고 원화로 결제를 해야 환율 차이로 인한 손해를 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주저 없이 원화로 결제를 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기자가 이용한 것은 ‘DCC(자국통화결제·Dynamic Currency Conversion)’라 불리는 서비스. 항공권 구매는 물론 숙박시설 예약, 면세점과 현지 가게 쇼핑을 할 때에도 적용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치가 잘 가늠이 되지 않는 현지 통화보다 원화로 결제하기를 선호하지만 함정이 있다. 원화로 결제를 하면 DCC 수수료(3∼8%)와 환전 수수료(1∼2%)가 더해져 결국 결제한 금액보다 5∼10%까지 더 많은 카드비가 청구된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말까지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의 약 15%가 원화로 결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 인해 발생한 수수료를 연간으로 따지면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 휴가철을 코앞에 둔 지금, DCC 수수료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특히 요즘에는 항공권 및 호텔 가격을 한눈에 비교 검색하고 최저가를 고를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가 많은데 이들 중에는 해외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 시 아예 DCC를 통해 원화 결제가 되도록 자동 설정을 해놓은 곳도 많다. 시간과 품을 들여 최저가 상품을 찾았는데 막상 예상치도 못한 수수료까지 내게 될 수 있다.
DCC 피해를 방지하려면 결제 시 현지 통화와 원화 중 반드시 현지 통화 결제를 선택해야 한다. 자동 설정이 돼 있는 경우 결제 창에서 원화 결제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거나 아예 PC 설정에서 자동 설정을 차단해야 한다. 비자나 마스터 카드와 달리 DCC 적용 자체가 차단돼 있는 아멕스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DCC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즉시 여행사에 연락해 결제 취소 요청을 해야 한다. 추후 자신이 결제한 금액보다 더 많이 나온 카드 영수증을 첨부해 고객센터에 연락을 하면 환불해 주거나 쿠폰을 보내 주는 곳도 있지만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DCC 피해를 보는 여행객이 늘어나자 최근에는 KG이니시스 결제서비스를 도입해 수수료 없이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도 등장했다. 국내에서 사용하던 카드로 결제를 하고 무이자 할부 서비스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을 홍보하는 도유정 코콤포터노벨리 대리는 “씨트립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중 KG이니시스를 최초로 도입했다”며 “올해 6월부터 국내외 호텔 예약은 물론 항공권까지 국내에서 쇼핑을 하듯 구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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