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 어디 우리나라의 갈대들뿐이랴
-마종기 ‘밤노래 4’에서
시집 제목을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로 지음으로써 작품 또한 같은 제목으로 종종 여겨지긴 하지만, 이 시의 제목은 ‘밤노래 4’로 ‘밤노래’ 연작 중 하나다. 1980년대에 나온 이 시집은 80년대의 엄혹함을 비춘 것으로도 읽혀지지만 내게는 모국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 또한 짙게 전해진다.
마종기 씨는 1966년 미국으로 떠나 지금껏 그곳에 머물고 있다. 이국땅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종일 영어로 말하고 들어야 했으나 그는 모국어로 시 쓰기를 놓지 않았다.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라는 첫 행에선 부드러우면서도 진하게 여운이 남는 언어의 리듬감이 전달된다. 마종기 시인의 시어는 쉽고 평이한데, 읽는 사람은 평범한 듯 보이는 모국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그의 시를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갈대처럼 어깨를 비비면서 모국에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또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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