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을 찾아온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새 책 ‘호모 데우스’ 띠지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2017년 추천서’라는 홍보문구가 적혀 있다.
익숙한 글귀에 시기별로 사람 이름이 바뀐다. ‘버락 오바마가 여름 휴가지에 들고 간 책.’ 빌 클린턴, 오프라 윈프리, 워런 버핏….
출판담당 기자로서 질책 들을 태도겠지만, 책 소비자로서 그런 띠지 문구에 관심 둬 본 적이 없다. 얕은 소견으로 어쭙잖은 자의식에 취해 명망가의 식견을 외면하겠다는 오만은 아니다.
그냥, 띠지에게 묻고 싶다. 미국 소프트웨어 재벌이 읽은 책, 미국 대통령이 읽은 책, 미국 TV 토크쇼 진행자가 읽은 책, 전설적 주식투자자가 읽은 책…. 그렇게 꼭 챙겨 봐야 할 까닭이 뭘까.
당대를 움직이는 사상과 기술의 흐름을 그 책에서 엿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업무상 필요로 세상살이 여러 동향을 늘 민감하게 파악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라면, 쫓기는 일과를 쪼개서 쥐어 든 혼자만의 책 읽는 시간에서까지 ‘글로벌 리더의 조언’에 얽매여야 하는 것인지, 삐딱한 생각이 든다.
하라리는 한국 방문 직전 주고받은 e메일에서 “지금 인류가 당면한 최악의 문제 중 하나는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욕구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요구에 따라 우리의 능력을 계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거창해지고 싶지는 않다. 유명 인사의 추천과 무관하게 ‘지금 내가’ 가까운 이들에게 권하고픈 책 목록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가까운 사람이 없다면 혼자 다시 정리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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