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프랑스 시골 정취 오롯이 느껴지는 ‘오베르뉴의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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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조제프 캉틀루브
마리조제프 캉틀루브
여름이면 이 코너에서 ‘휴가지에 가져갈 만한 음악’을 종종 추천해 드렸습니다. 물(水)의 느낌을 짙게 주는 슈베르트의 즉흥곡집, 초원의 저녁과 밤을 연상시키는 보로딘의 음악들, 말러의 ‘밤의 노래’ 교향곡, 바다를 연상시키는 라벨과 드뷔시의 관현악곡 등을 소개했었죠.

이번에는 음악과 함께 제가 가보지 않은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프랑스 지도 가운데에 있는 오베르뉴 지방입니다. 지도상으로는 프랑스의 한복판이지만 산이 많아서 농업과 목축업을 주로 하는 한적한 시골이라고 합니다.

제가 밟아본 적 없는 이 프랑스 시골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곳 출신 작곡가 마리조제프 캉틀루브(1879∼1957)의 민요집 ‘오베르뉴의 노래’ 때문입니다. 캉틀루브는 고향인 이 지역의 민요들을 수집해 다섯 권의 민요집으로 묶어 냈습니다. 선율은 단순하지만 관현악 반주부는 자연의 원색이 모두 드러나는 듯 화려하면서도 명료해서 듣는 재미가 큽니다. 프랑스 다른 지역 사람들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투리 가사도 독특한 감칠맛을 더합니다.

이 민요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1권의 두 번째 곡인 ‘바일레로’입니다.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한 1944년 작 영화 ‘헨리 5세’에 사용된 후 수많은 영화에 등장했다는 곡이죠. “목동아, 개울을 건너서 내게로 오렴. 들판에는 꽃이 가득 피었네…”라는 단순한 가사를 읊조리는 가운데 현과 목관, 피아노의 분산화음이 신비한 전원의 여름을 선명한 음색으로 묘사합니다.

이외에도 다섯 권의 곡집에는 숲과 들판의 비와 햇살, 고요히 풀을 뜯는 양떼들, 시골 농부와 목동의 사랑, 실연한 여성의 한탄, 아기를 달래는 자장가 등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정경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옆 동네 리무쟁 지방 사람들에 대해 경쟁심을 드러내는 가사도 있답니다.

이 사랑스러운 민요들을 듣는 데는 미국 메조소프라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의 순수한 목소리를 특히 추천합니다. 예전에는 음반점에서 구하기 힘든 앨범이어서, “왜 살 수도 없는 연주를 골라줬어!”라는 질타도 받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음원 구입이나 음반 해외주문이 일상화된 오늘날, 예전보다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연주가 되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오베르뉴 노래#마리조제프 캉틀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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