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커다란 광역버스는 오늘도 바쁘게 리듬을 탄다. 과속방지턱을 연달아 넘는데 속도를 크게 안 줄이니 상하 반동이 심하다. 일찌감치 비슷한 각도로들 고개 숙인 입석 손님들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히 버스 따라 춤춘다. 출렁출렁. 고단한 퇴근길. 오늘도 위태롭게, 대수롭잖게 흘러간다.
포크가수 김두수의 초탈한 듯한 음성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그는 재작년 낸 6집 ‘곱사무舞’의 제목을 바로 이런 장면에서 착안했다고 했다. 고개를 구부정 숙인 채 어딘지 모를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통근자들 모습이 어느 순간 마치 곱사춤 추는 사람들처럼 보였다고.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좌석제(입석금지)를 시행했다. ‘버스 운행량이 늘지 않으면 어쩌지. 출퇴근이나 제대로 할까.’ 스마트폰에 뜬 뉴스 속에서 염려 섞인 말들이 오갔다.
쓸데없는 걱정을 괜히 했다. 오늘도 수백 수천의 버스,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세월과 함께 무감하게 잘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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