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9일 수요일 흐림. 북극교회.
#255 Ásgeir ‘Afterglow’(2017년)
인디오 35, 오스틴 28, 파리 25, 로스앤젤레스 20, 함부르크 18, 스톡홀름 16, 레이캬비크 9….
태양을 피하고 싶은 여름 한낮이면 곧잘 스마트폰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한다. 손끝으로 하는 월드투어. 세계 곳곳의 현재 기온을 넘기다 보면 ‘스톡홀름 16’, ‘레이캬비크 9’에 시선이 멎는다.
외부세계를 인지하는 수단으로 인간은 오감 중 80%를 시각에 의존한다고 한다. 시각 다음이 청각. 이것은 두 번째로 중요하지만 엄청나게 중요하지는 않은 감각. 청각을 일상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극하는 음악. 그가 빚어내는 상상력과 영감의 마법은 그래서 놀라운 것 아닐까. 상식과 권태가 점거한 뇌의 무채색 하늘에 문득 보랏빛 오로라를 띄우는 기적.
그러므로 난 끓어오를 듯 달궈진 회색 건물 숲을 눈 감아 외면하고 헤드폰을 낀다.
‘잔광… 이 밤, 지구를 가로질러 바다 위로 아른거리는… 이 내 맘을 비추어 그림자를 몰아내고.’
아이슬란드 싱어송라이터 아우스게일(아스게이르·사진)이 머나먼 이국의 빙원으로 날 데려다줬다. 그의 가성이 순백의 지평선을 떠도는 신비 같다. 빠른 피아노 분산화음, 아름다운 선율을 풀어내는 성스러운 목소리. 여기 대비되는 못갖춘마디, 폴리리듬, 변칙박자의 긴박한 전자음 비트가 멜로디의 좌표를 서성이는 영혼을 이번엔 시간의 미로로 몰아세운다. 아우스게일이 3년 만에 낸 신작 ‘Afterglow’는 이렇게 첫 곡 ‘Afterglow’부터 절정이다.
다음 곡으론 밴드 시규어 로스(시귀르 로스)의 것을 골라 뒀다. 역시나 아이슬란드 출신이다. ‘Untitled 1’(2002년)이 좋겠다. 음악의 거울을 통과해 노르웨이 트롬쇠에 위치한 북극교회 예배당으로 걸어 들어간다. 딸깍, 영사기의 스위치를 켠 듯. 어두운 마음 동굴 안에 구금됐던 모든 슬픔과 서러움이 불현듯 심방을 뚫고 나와 제단 아래 무릎 꿇는다. 드높은 천창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본다. 눈부신 무지갯빛이 폭우처럼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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