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나물부터 초석잠까지 종류부터 다양 밥상 도우미가 아닌 그 자체로 일품요리 발효명인 비밀 노하우 담긴 김치도 으뜸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더위의 연속이다.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려 계절 별미나 남다른 보양식을 많이 찾는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보약은 삼시세끼 제때 챙겨먹는 밥. 요즘 같은 복더위에 밥 먹을 때 훌륭한 도우미는 장아찌다. 제철 채소를 고추장, 된장, 간장에 박아두거나 소금에 절여 저장한 장아찌는 입맛을 살리는데 그만이다.
오랫동안 밥상에 올라온 친숙한 음식이지만 그동안 장아찌에 대한 인식은 좀 박했다. 상차림의 주인공이라기보다 식사를 돕거나 곁들이는 ‘찬’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더구나 염분 과다섭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짭조름한 맛은 ‘많이 먹으면 해로운’ 경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근 강원도 홍천 대명리조트에서 맛본 장아찌는 이러한 고정관념과 오해를 통째로 무너뜨렸다.
● 반찬이 아닌 일품요리, 대명리조트의 명품 장아찌
홍천 대명리조트는 몇 년 전부터 색다른, 아니 유별나고 고급스러운 장아찌를 개발해 주목을 받아왔다. 우선 이곳 장아찌는 종류가 무지 많다. 게다가 ‘이것도 장아찌로 먹나’라고 놀랄 정도로 처음 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취나물, 뽕잎, 싸리나무 순, 고추나무 꽃과 순, 화살나무 순, 아카시아 꽃, 뿌리채소인 초석잠에 고구마 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머위는 머위대부터 꽃, 순까지 장아찌로 담근다. 그동안 장아찌를 비롯한 발효음식 개발을 이끌어 온 대명레저산업 식음팀장 정진섭 상무는 “현재까지 담근 것이 20여종인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대부분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제철 채소를 돌려가면서 담그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대명 장아찌는 짜지 않다. ‘짜지 않으면 그게 무슨 장아찌인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대명에서 맛본 대부분의 장아찌는 심심하지 않는 정도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찌개나 장아찌의 염도가 1.7% 정도인데 반해, 대명 장아찌는 1.2%대로 0.5%나 낮다. 정진섭 상무는 “염분이 높으면 식자재의 고유 영양소가 밖으로 빠져나간다”며 “예전 어르신들은 된장이나 소금에 담가 겨울에도 먹을 수 있도록 오래 보관하는데 촛점을 맞추었지만 우리는 저장법이 아닌 요리법으로 그런 방법을 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은 특징은 밥상의 ‘도우미’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맛과 풍미를 보여주는 당당한 일품요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홍천 대명리조트에서 맛본 장아찌 요리는 세 가지. 우선 다양한 채소 장아찌를 고르게 올린 장아찌 비빔밥이 있다. 저염 장아찌가 가진 강점, 재료 자체의 향과 식감이 오롯이 살아있는 것을 내세우는 요리다.
장아찌 월과채는 코스 요리의 에피타이저로 즐길 수 있는 요리다. 궁중요리인 월과채의 속재료로 장아찌를 넣었다. 호박을 얇고 길게 잘라 살짝 불에 익힌 뒤 속재료로 각종 장아찌를 말아서 내놓는다. 담은 모양새도 예쁘고, 식욕 돋구는 산뜻한 맛이 에피타이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장아찌 모듬은 그릇에 담은 모양부터 입안에 침이 감돌게 하는 풍성함이 멋있다. 송이 돼지감자 오이 두릅 고추 명이나물 곤드레 초석잠 등 무려 여덟 가지 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얼핏 누에벌레를 닮은 초석잠은 항노화식품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뿌리채소인데, 같이 있는 돼지감자와 함께 독특한 식감이 입을 사로잡는다.
● 발효명인의 집념과 관찰력이 낳은 결과…PB상품으로 개발 중
이들 요리들은 현재 대명리조트에서 한식 코스요리를 예약하면 맛볼 수 있다. 대명에서는 세 가지 외에 장아찌로 만든 편채, 구절판도 개발했고, 향과 모양이 매력적인 아카시아 꽃 장아찌는 부각이나 비빔밥에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현재 장아찌를 비롯한 발효식품을 자신들의 PB(Private Brand)상품으로 내놓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문정동에 F&B 연구개발을 위한 ‘벨리온 푸드 R&D 센터’를 열어 ‘대한민국 발효명인’ 정진섭 상무를 중심으로 우리 고유 식자재를 활용한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첫 성과물로 김치 PB상품 ‘익을:숙 김치’를 얼마 전 출시했다. 대명리조트 한식당에서 맛보던 프리미엄 수준의 김치 맛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정진섭 상무가 김치 레시피 개발에 직접 참여해 장아찌, 전통장류, 기능성 소금 등을 연구하며 얻은 발효 효소기법 노하우를 레시피에 가미했다. 국내산 배추와 알타리 무를 사용해 만들었으며, 꽃게 분말, 표고버섯 분말, 찐고구마 분말 등 기존 김치에서 쓰지 않던 새로운 재료를 더해 야채의 쓴맛을 줄이고 감칠맛을 강화했다.
정진섭 상무는 “벨리온 푸드 R&D 센터는 대명그룹 창립 38년 만에 갖춘 식음전문 연구소”라며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서 다른 사업장에 아웃소싱으로 시설투자와 기술자문을 해 고객들이 건강한 식문화를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