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27일 충무아트센터서 이색무대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색다른 36곡 사운드트랙 선사
캐서린 제타존스도, 러네이 젤위거도 없다. ‘All That Jazz’마저 흐르지 않는다.
22, 2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상영되는 ‘시카고’. 2006년 미국에서 온전한 필름이 발굴된 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1927년작 고전영화는 같은 이름의 2002년 영화나 뮤지컬과 줄거리는 같지만 분위기가 판이하다. 흑백 무성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라랜드’를 제치고 이번 ‘제2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최고 화제작이 될 것 같다.
영화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동시 초연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흑백영화에 화려한 색채를 덧입히기 위해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크린 앞에 진을 친다. 조윤성은 일찍이 아시아인 최초로 매년 세계에서 7명만 뽑는 셀로니어스 몽크 재즈 인스티튜트 멤버로 발탁됐다. 루시드폴부터 윤시내까지 다양한 대중가수의 작품에도 참여했다. 그가 최근 한 달간 흑백영상과 씨름하며 36곡의 전혀 새로운 ‘시카고’ 사운드트랙을 빚어낸 것이다.
“연예계를 동경하던 록시 하트가 감옥에 몰려온 기자들을 보며 기뻐하는 장면 있죠. 그 어둡고 진한 느낌은 탱고곡 ‘Roxy in Jail’로 만들어 표현했습니다. 제가 아르헨티나에서 자랐잖아요.”
테마곡 ‘Chicago 1’, 대미를 장식하는 슬픈 발라드 ‘Despedida’까지 3개의 가창곡은 재즈 보컬 마리아 킴이 부른다. 거만한 변호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브라질 음악의 한 갈래인 ‘쇼루’ 스타일로 처리했다.
조윤성은 재즈와 클래식, 남미와 북미의 경계를 넘나든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음대 클래식피아노학과, 미국 버클리음대 재즈피아노학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1920년대 스타일 재즈를 중심에 둔 이번 ‘시카고’에 온음으로만 구성된 6음 음계를 많이 썼어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경계의 감정, 사건의 전조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미묘한 음계죠. 드뷔시, 몽크, 작곡가로서의 찰리 채플린도 즐겨 썼고요.”
영상에 음악을 촌각까지 맞춰야 하는 두 번의 무대는 연주자들에게 음악적 스릴러다.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 관악단, 20인조 현악단이 영상에 꼭 들어맞는 연주를 하기 위해 무대 위에 3대의 연주자용 모니터를 배치하기로 했다. 장면 전환 5초 전부터 카운트다운 숫자가 표시된다.
“촘촘히 짜두고 혹시라도 생길 빈 틈은 피아노 즉흥연주로 메울 겁니다. 단 한 곡만은 악보 전체가 빈칸으로 돼 있죠. 모든 연주자가 일제히 각자 느낌대로 집단 자유즉흥 연주를 하는 곳. 바로 기자들이 살인 현장을 촬영하는 기괴한 장면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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