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중국 지안(集安)시의 고구려 유적 답사 중 태왕릉(광개토대왕릉으로 추정)에서 동행이 돌무더기 속 기와조각(사진)을 주워 기자에게 건넸다. 손가락 자국이 두 개, 지문이 선명했다. 1600년 전 기와를 구운 고구려 도공의 지문일 게다. ‘한국인 최고(最古)의 지문 발견’이라는 1면 기사 제목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시간을 초월해 지문 주인과 잠깐 이런 대화도 나눴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한국(韓國)이면 남쪽에 있던 작은 나라들을 말하는 건가?”
“조선인입니다.”
“옛 나라를 다시 세웠는가?”
“좀 복잡한데…, 어쨌든 당신과 같은 고려(Korea)인입니다. 그런데 요즘 중국에서는 연인(燕人)과 도공 모두 중화민족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 우리 대왕이 모용씨(연의 왕족)와 그리 전쟁을 치렀는데….”
변경의 민족주의가 불안했을 2000년대야 그렇다 치고, 지금 중국은 ‘G2’ 아닌가. 대다수 한국인들은 만주 수복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으니 ‘족보 왜곡’은 그만두길. 어쩌면 정복지 출신 노예였을 수도 있는 지문의 주인 역시 선린과 평화만을 바라지 않았을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