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취재차 성형외과를 찾은 서경. 상담에 응해준 의사 조성환에게 왠지 모르게 끌리며 그의 퇴근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동거. 게다가 성환은 그녀를 성형외과에 취직까지 시켜준다. 그런데 이 남자, 한집에서도 손끝 하나 대질 않는다. 사실 서경은 걸그룹 출신으로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여자. 그런데 이 남자 뭐지. 왜 자길 건드리지 않는 거지.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도시 세태의 기록자.’ 소설 뒤표지에 쓰인 이 별칭은 누가 붙였는지 몰라도 정아은 소설가에게 꽤나 잘 어울린다. 헤드헌터의 세계(‘모던 하트’)나 잠실 재건축 아파트(‘잠실동 사람들’)를 그린 전작에서 보듯, 지극히 세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능수능란하다고나 할까. 술술 잘 읽히면서도 맥을 딱딱 짚는다. 성형외과와 연예계를 다룬 ‘맨 얼굴…’ 역시 이런 강점이 오롯하다. 매끈매끈. 흥미진진.
심지어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착시현상도 벌어진다. 지금 책을 읽고 있는 건지, TV를 보고 있는 건지. 다소 자극적인 소재 탓이겠지만 꽤 수위 높은 막장드라마를 감상하는 기분마저 든다. 살짝 개연성 없는 소재와 에피소드가 뒤섞이는 스타일이 닮았다. 보다 보면 자꾸만 결말이 궁금해지는 것까지.
작가는 여기에 비장의 ‘만두소’도 차려냈다. 얼기설기 벌어진 틈새마다 서경의 심리를 켜켜이 쌓아올린다. 이로 인해 속도감이 살짝 처지긴 해도, 뻔한 막장이 ‘웰메이드 멜로’로 탈바꿈하는 마법을 부린다. 다만 취재를 너무 열심히 한 걸까. 이것저것 다 담으려다 잽만 쏟아진 느낌도 없지 않다. 하긴, 요런 장르는 그래야 볼 맛이 나는 건지도. 어떤 끝맺음이 기다리고 있건 간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