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각 언론사 출판담당기자 모임을 열었다. 지각한 좌장 윤철호 회장이 “기자들은 당연히 20, 30분 늦게 올 거라 생각했다” 얘기하는 걸 못 들은 척 넘기고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 이후 협회가 주력하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윤 회장이 가장 먼저 내놓은 답은 ‘협회 사무국 인력 조정’이었다. 실무를 외주 업체에 맡기고 예산 흐름만 안이하게 움직이는 책상물림 인력이 없는지 살펴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반가운 얘기다. 리더 한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거라 여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도 없다. 어느 고을이나 실세는 사또가 아니라 토박이 아전이다. 고정된 예산에 얹을 숟가락을 줄 세워 가려 고르는 이들이 결정권을 잃지 않는 한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소심한 마음에 걱정이 일었다. 내부적으로 반발은 없는지, 회장에게 그런 변화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이 확실히 있는지, 하루 뒤 전화를 걸어 다시 물었다.
“권한은 분명히 있다. 회장 자리 맡고 나서 살펴보니 사무국 한 자리를 30년 가까이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 일신우일신의 효율을 추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외부 회계법인과 노무법인에 요청해 업무이력을 검토하면서 우선적으로 지워내야 할 부분을 가려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개선을 요구하기에 앞서 조직 자정부터 완료하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를 응원한다. 당장 내년 도서전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예산을 운용할 담당 인력부터 단속해 추스르겠다는 그의 결단이 다른 공공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진정한 적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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