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만큼 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세상에 육체적인 고통만큼 철저하게 독자적인 것도 없다는 거였다. 그것은 누군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누구와 나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몸보다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적어도 마음이 아프면 살아 있어야 하니까….’ -김애란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중 일부
‘이만큼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로 말하는 아름이는 열일곱 살이다. 그의 부모가 그를 가졌을 때의 나이다. 그런데 아름이의 얼굴은 여든 살이다.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는 빠르게 늙어간다. 아름이가 ‘육체적인 고통은 철저하게 독자적’이라고 고백할 때 그것은 그의 부모도 아름이의 아픔을 헤아릴 수 없단 얘기다. 아름이에게는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부모가 있지만 부모도 그의 아픔을 완전하게 공감할 수는 없다. 거꾸로 아름이 역시 아이가 자신들보다 빨리 늙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아픔을 거슬러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인생은 저마다 온전해진다. 작가가 말하는 것은 ‘따뜻한 가족애’가 아니다. 열일곱의 아름이든, 서른넷의 엄마 혹은 아빠든 누구나 저마다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처’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상처로 인해 인생은 각자의 독자적인 무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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