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꿈을 묻자 “나는 꿈을 꾸고 싶지 않고 목표를 갖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미혼모들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며 그의 꿈은 남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미혼모들의 꿈이란 무엇인가.
“미혼모들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다. 미혼모들도 남들이 누리는 기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미혼모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그는 청소년 미혼모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갑자기 임신을 하게 되는 청소년 미혼모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상처를 입고, 그들만의 세상에 틀어박혀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임신한 사실이 밝혀지면 퇴학이고, 퇴학을 안 당하려면 자퇴를 해야 한다. 나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다. 미혼모의 임신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난만 해서 어쩌겠는가. 나는 고귀한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그들이 느끼게 해주고, 생명을 지켜내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1월 17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광명시보건소 뒤에 ‘광명 아우름’이라는 미혼모자(未婚母子) 복지시설을 열었다. 개관 6개월이 지난 지금, 소감을 들어보기 위해 24일 아우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누구인가. 아우름의 운영 주체인 ‘사단법인 여성행복누리’의 이사장 서은교 씨(49)다.
미혼모자 복지시설이 드문 것도 아닌데, 서 이사장이 주목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아우름은 서 이사장이 적지 않은 사재로 세웠고, 앞으로도 정부나 지자체의 금전적 도움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예는 없었다. ‘민간주도형 복지시설’이라는,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미혼모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게 틀림없다.
“15년 전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 선생님의 권유로 아주 작은 미혼모 시설에서 청소, 빨래, 우유병 소독 등을 하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한 어린 산모가 아기를 꼭 껴안고 꼼짝 않고 누워있는 것을 봤다. 출산 후유증 때문에 많이 아파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원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원장님은 ‘그 산모는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것’이라고 하셨다. 아기를 직접 키우고 싶지만 집도 없고 돈도 없어 할 수없이 입양을 보내기로 했는데 내일이 바로 입양일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면서 어린 산모의 흐느낌이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싶을 정도였다.”
그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어린 산모의 모습을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나를 괴롭혔다. 잊을 방법을 고민하다 찾아낸 대답이, 잊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기억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어린 산모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일을 찾아보자고 다짐했다.”
아우름의 원점은 서 이사장의 기억이다. 그 기억은 15년 만에 현실이 됐다. 아우름이 미혼모 중에서도 24세 미만의 청소년 미혼모만을 받기로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임신을 하는 것은 소녀이기 때문에 일부 지자체나 언론은 ‘청소녀 미혼모’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서 이사장은 아우름의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데 40억원 이상의 사재를 넣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들어갔다. 경기도청과 광명시로부터는 건물을 지을 때 일부 지원을 받아 친환경 냉난방시스템을 시공하고,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사는데 썼다.
꿈을 실천하는데 들인 40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는 (주)온오프코리아라는 신용카드 결제대행 서비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에 만들었다. 고생도 많이 하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발로 뛰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신뢰를 쌓아 지금은 가맹점이 4000곳이 넘는 탄탄한 회사가 됐다. 그 회사가 아우름의 모태다.
개관한지 6개월, 5명의 미혼모가 왔다가 떠났다. 공교롭게도 5명이 모두 다 아들을 출산했다(아우름 2층의 사무실 입구에는 5명의 신생아 사진이 책꽂이에 놓여 있다). 2명은 입양을 갔고, 3명은 직접 기르기로 했단다. 현재 한 명의 미혼모가 생활하고 있는데 이달 말경 2명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활했던 미혼모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우름이 신축건물이라서 그런지 시설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했던 것 같다. 현재 아우름은 시범 운영 중이고 미혼모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많지 않아 따분하고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 시일 내에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미혼모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제공하고 싶다.”
아우름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혼모자 복지시설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데다, 시설도 최고 수준이어서다.
아우름은 대지면적 691㎡, 연면적 1242㎡에 지상 3층, 지하1층. 12개의 생활실과 교육장에 식당, 놀이방, 목욕실, 휴게실, 노래방, 작은 영화관(옥상) 등을 갖추고 있다.
서 이사장에게도 ‘6개월’의 소감을 물어봤다.
“미혼모들을 위해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매일매일 출근할 때마다 기분이 설렌다.”
동시에 그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이나 민간인이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고백한다.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현실에서 만나는 제도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개념 복지시설’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제도의 벽을 보자.
“사회복지시설이 제도권 안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의지할 곳 없는 미혼모, 그중에서도 청소년 미혼모에게는 제도가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규정도 좋고 법도 좋다. 그러나 그런 규정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하는 미혼모들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 한번쯤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제도가 너무 경직돼 있다는 호소다. 그는 정부 예산을 받지 않는 민간인 복지시설이 더 많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통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시설 인허가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정원이 차기 전까지는 시간과 숙련이 필요한데 처음부터 법적 자격을 갖춘 종사자를 모두 채용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아직 작은 메아리에 불과하지만 소소한 결실을 맺기도 했다. 광명시는 자치단체장이 인허가 기준을 조정할 수 있다는 ‘한부모가족지원법’의 단서조항에 근거해 광명시내 미혼모자 복지시설의 인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의지는 어떤가. 그가 원하는 미혼모자 복지시설은 이런 것이다.
첫째, 장기간 머물 수 있어야 한다.
“미혼모 시설은 법에 따라 출산 전후 6개월씩 최장 1년간만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아우름은 본인이 아이를 기르겠다면 최장 5년간 머물게 할 생각이다. 엄마가 안심하고 생활을 해야 아이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있는 동안에도 최대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둘째,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아우름은 지역사회의 도움을 얻어 산전 산후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해주고 있다(미래여성산부인과, 광명성애병원). 출산을 하면 산모도우미의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신생아 돌보기 교육도 시킨다. 교양프로그램으로는 독서 치료(광명희망 작은도서관), 애착인형 만들기,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고, 하반기에는 ‘책으로 내 인생 꿈 찾기 독서 코칭’(경기도), 도자기 만들기(홀트아동복지회), 오카리나 수업도 준비 중이다. 검정고시반도 만들어 아우름을 나가기 전에 반드시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얻도록 할 계획이다.
셋째, 자립기반을 갖춰 줘야 한다. 나는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회로 나가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시각이 약간 다르다.
“나는 미혼모들에게 지원을 해 준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지원이라는 단어도 좋아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 아우름에서 하는 일은 미혼모들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는 일이다. 그에 앞서 정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을 거친 뒤에 미래에 대한 설계를 본인과 아우름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낸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개개인의 성향과 희망을 조사해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자립’이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자존감과 희망까지를 실현할 수 있는, 적성에 맞는 ‘번듯한 직업’을 갖는 걸 의미하는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혼모들도 어느 정도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뜻은 이 말에 담겨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태해지기 쉽다. 때문에 미혼모들에게 일방적인 지원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아우름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숨어드는 미혼모들의 도피처로 운영하고 싶지 않다.”
그가 꿈꾸는 미혼모자 시스템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아는 단어가 떠오른다. ‘원스톱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는 “나는 교과서 같은 생각으로 아우름을 운영하고 싶지 않다. 내가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교과서를 덮으면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이 일을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아우름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은 꽤 좋다. 지역커뮤니티와 유지들, 광명시가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미혼모들에게 일자리와 전문교육, 창업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인들과 익명으로 기부하는 주민들도 꽤 많다.”
서 이사장은 광명시희망나누기운동본부. 하안1동협의체, 미애부, 위나라이트, 루안코리아, 정글통신 등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기업들, 그리고 엉성산악회 한의상 회장과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미래여성 산부인과 한창황 원장(55)에게도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미혼모가 오면 줄을 서지 않고 가장 먼저 진료를 받도록 해주고, 여유가 있으면 가장 좋은 병실을 내준다고 한다. 나중에 시집갈 때 배에 상처가 있으면 안 된다며 시간이 걸려도 자연분만을 고집한다. ‘공짜 진료는 안 된다’며 산모에게 슬그머니 돈을 쥐어주고 원무과에 가서 내라고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광명시보건소도 기특하다. 광명시보건소의 뒷담이 바로 아우름 건물 옆이다. 아우름은 보건소에 부탁하러 갈 일이 많다. 그러자 보건소 쪽은 보건소 뒷담의 일부를 헐고 작고 예쁜 아치형 문을 내줬다.
위정석 씨(60·오가닉JK대표)는 개인 차원에서 아우름을 돕고 있다. 외국에서 천연옷감을 수입 판매하는 위 대표는 옷과 기저귀, 우유병 등 유아용품을 기부하고 있다. 그는 “내가 사는 광명에 이런 기관이 생겼다는 게 자랑스러워 만나는 사람마다 도우라고 권한다”고 했다.
서 이사장이 운영하는 기업의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 산모도우미 자격증을 취득해서 도와주고 있다. 아무리 월급 주는 회사의 오너가 관심을 갖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마음으로 승복하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온오프코리아의 조현규 대표(50)도 그 중의 한 명. 아우름 설립과정에서부터 발 벗고 나섰고, 지금은 아우름의 ‘국장’으로서 운영 기틀을 잡아나가고 있다.
아우름과 같은 일을 하는 곳은 전국에 얼마나 될까.
2011년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입양기관을 운영하는 자는 편의제공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시설의 숫자도, 수용인원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생활지원시설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낳으면 (본인 양육 등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입양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입양이 감소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미혼모가 기댈 곳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러니 아우름은 더 특별한 위치가 됐다. 미혼모가 아이를 기를 마음만 있으면, 장기간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국가의 세금이 아니라 독지가의 도움으로, 자립기반을 만들어준다고 하니.
아우름의 정원은 29명이다. 왜 꼭 29명인가.
“아우름의 규모는 기본생활시설에서 40여명, 공동생활시설에서 7세대가 동시에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29명까지는 종사자가 6명이면 되는데, 30명을 넘으면 9명을 고용해야 한다. 미혼모가 그리 많지 않을 때부터 9명의 종사자를 고용해야 한다면 부담도 크고 효율도 떨어진다. 그래서 일단 기본생활시설 29명, 공동생활시설 5세대로 결정했다. 앞으로 자리를 잡으면 최대인원 40명을 모두 받을 생각이다.”
문을 열었다고는 하나 아우름은 아직 정식 인가를 받지 못했다. 시범 운영 중이다. 최근 서 이사장을 포함해 6명의 종사자를 모두 뽑았기 때문에 이달 말 정식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서 이사장도 직원자격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복지사 2급자격증을 취득했다.
모든 일이 착착 잘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주변의 시선과 반응이었다.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면 큰 이익이라도 얻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편안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목표대로 움직이자고 마음을 먹었다. 내가 보기와는 다르게 독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독한’ 그는 전북 고창에서 2남 6녀의 막내로 태어나 28살에 결혼해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실천에 옮기기도 하고, 고민 중이기도 하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미혼모들을 위한 기업을 많이 설립해서 운영하고 싶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기르면서 편하게 직장 생활을 하기에는 사회 환경이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 나는 미혼모들이 마음 편하게 경제활동을 하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전문직종을 배우도록 해주고 싶다. 그러려면 그 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선 ‘예원유통’을 설립했다. 예원유통은 화장품과 육가공(육포) 유통업을 시작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내가 운영하는 기업들의 수익금도 아우름에 사용하고 있지만, 예원유통은 처음부터 세금을 제외한 전액을 여성행복누리 기금으로 쓸 생각이다.”
서 이사장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결제대행서비스 회사와 가맹점들이 윈윈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아우름에 기부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그는 광명 아우름을 개관하고 나서 1년 6개월 안에 경기도 김포, 안양, 일산 등에도 같은 시설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획과 생각만으로는 안 되는 게 사회복지사업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지금은 속도를 조절중이다. 그는 “광명 아우름을 만드는 데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듯이 시간을 갖고 제2, 제3의 아우름을 개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임신 24주가 지나도록 임신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청소년 미혼모들도 많다. 청소년 미혼모를 행실이 나쁜 부도덕한 여자로만 봐선 안 된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가족형태’로 인정해야 사회와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서 이사장은 한 때 자신이 아우름의 원장을 맡겠다는 생각도 했다. 원장 자리가 욕심나서가 아니다. 원장이나 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복지에 대한 철학과 시각이 자신의 그것과 너무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경우든 복지의 중앙에는 복지 종사자나 법이 아니라 그 혜택을 받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성행복누리의 로고는 네 잎 클로버가 아니라 세 잎 클로버다. 불확실한 행운보다는 확실한 행복을 찾아 주고 싶다는 서 이사장의 뜻이 담겨 있다. 아우름은 그의 ‘선의(善意)’가 통용될 수 있는지, 좋은 의미에서의 실험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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