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들판에서 아지랑이처럼 너울대던 ‘날라리’ 소리. 풍요로운 가을 들판에서 민초들이 평화로운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춤추고 노래할 때 빠질 수 없는 악기가 태평소(太平簫)다. 애절한 듯하면서도, 신나는 선율을 뿜어내는 태평소는 농악, 대취타 같은 군대 행진곡과 야외음악에 주로 쓰였다.
그런데 요즘 ‘퓨전국악’의 시대에 가장 핫한 악기가 태평소다. 서태지가 ‘하여가’에서 강렬한 록 사운드에 태평소 연주를 접목한 이후로 힙합, 록 공연에 태평소가 독주 악기로 인기다. 워낙 큰 음량 때문에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웬만한 전자악기나 드럼 소리에 묻히지 않아 퓨전음악을 이끄는 국악기가 된 것이다.
태평소는 국악 실내악에서도 화두다. 다만 마이크 없는 자연음향 국악 공연장에서 소리가 너무 커 가야금, 거문고와 합주가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었다. 국립국악원은 최근 3년간의 연구 끝에 실내악용 태평소(사진)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했다고 밝혔다. 태평소의 내경을 줄여 음량을 절반 가까이(3dB) 줄였다. 이제 한옥 마루에서도 고즈넉하게 태평소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올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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