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국의 초반 30수 정도는 프로기사인 해설자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름을 붙인다면 ‘손 빼기 퍼레이드’라고 하고 싶다.
참고 1도 흑 1(실전 11)은 응당 상변에 둬야 하는데 이곳을 둔 것. 백 2, 흑 3 역시 손 빼기. 이후 흑 13까지 수순을 보면 매번 상대의 수를 무시하듯 손을 뺐다. 그런데도 묘하게 균형 잡힌 포석으로 진행됐다.
참고 2도는 참고 1도 이후 수순. 백 1, 흑 2는 절대이고, 백 3 역시 꼭 두고 싶은 곳. 흑 4가 알파고가 보여준 새로운 수법으로 의외로 강력하다. 인간들이 간과했던 이런 수에 의미를 불어넣은 것이 알파고의 공적이다. 최고수는 바둑을 잘 두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역대 인간 최고수가 그랬듯 최고수는 바둑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들이 시도한 새로운 수는 유행을 낳고 바둑의 지평을 넓힌 보편적인 수로 자리 잡는다.
흑 10 역시 감탄을 자아내는 수. 흑이 상변과 우중앙에서 주도권을 잡고 백을 압박한 뒤 좌변을 수습해 우세를 확보했다. 307수 끝 흑 불계승.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