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진지한 자린데 큰스님 인사말이 어지간히 기셨다. 살짝 어깨가 뻐근해질 찰나 드디어 끝난 덕담. 그때 아리따운 사회자의 보드라운 음성.
“스님의 ‘감로수(甘露水)’ 같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카, 감로수라. 아리수도 아니고. 살면서 저 말을 생(生)으로 들어보다니. 다들 무덤덤한데 혼자 끽끽거리다 눈총깨나 받았다.
땀 좀 쏟았지만, 덕분에 감로수가 맘에 쏙 박혔다. ‘달고 맛난 이슬.’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묵은 해갈이 풀리는 순간이 있다. 나와 중생을 제도하는 깨달음까지야 바라겠나. 기진맥진한 퇴근길을 반겨주는 가족의 포옹 한 자락. 오랜만에 걸려온 벗의 시끌벅적한 전화 한 모금. 그만한 감로수 찾기 힘들다.
다만 뭐든 넘치면 곤란하지 않을까. 한 포털 사이트엔 ‘감로수 다이어트’가 첫 번째 연관검색어로 뜬다. 흐음, 어찌 쓰건 각자 사정이긴 한데. 살도 살이지만 욕심을 덜어주는 게 진짜 감로수 효능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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