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돌아다니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 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문태준 ‘가재미’ 중에서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라는 시구에는 문태준 시인의 한 시기가 들어 있다. 시인은 경북 김천의 농사짓는 아버지 아래에서 나고 자랐다. 마을의 서른다섯 가구 중에는 큰어머니 댁도 있었다. 작은 동네에서 부대껴 살며 큰어머니는 어린 조카를 어머니처럼 보듬어줬다.
‘가재미’는 그 큰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던 때를 떠올리며 쓴 것이다. 시적 화자에게 병상에 납작 엎드린 그녀는 ‘가재미’ 같다. 그런 그녀 앞에 화자도 가재미처럼 나란히 눕는다.
두 사람이 나누는 것은 죽음이고 삶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사실 모든 인간에게는 파랑 같은 날들과 그 파랑이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순간이 함께 한다. 이 당연한 이치를, 젊은 화자는 죽음을 가까이 둔 이를 통해 깨닫는다. 시를 읽는 독자들도 깨달음은 물론이다.
‘가재미’의 표준어는 가자미다. 사투리이긴 하지만, 침대에 바짝 붙어 누운 두 사람을 묘사하는 데는 ‘가재미’라는 시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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