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폭풍우)’는 셰익스피어 로맨스극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연극계에서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직전 썼다고 하죠. 그런 만큼 인생과 세계를 관조하는 성숙한 작가의 시선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극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밀라노 대공 프로스페로는 나폴리 왕 알론조의 음모로 섬에 추방됩니다. 섬에서 마법의 힘을 얻게 된 프로스페로는 알론조와 그의 아들이 탄 배가 가는 것을 보고 폭풍을 일으켜 난파시킵니다. 그러나 난파한 알론조의 아들이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도, 사랑을 이기는 난관도 없다고 하죠. 프로스페로는 결국 알론조를 용서한 다음 밀라노 대공으로 복귀합니다.
이 극을 길게 소개한 이유는 이 내용을 여러 작곡가가 음악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세기의 작곡가 퍼셀이 오페라를 쓴 것을 비롯해 19세기의 차이콥스키는 이 ‘템페스트’를 교향적 환상곡으로, 시벨리우스는 극의 공연 때 연주하는 극부수음악(incidental music)으로 만들었습니다. 2004년에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토머스 아데스가 오페라를 작곡해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베토벤은 그의 피아노소나타 17번의 ‘내용’이 뭐냐는 비서 신들러의 질문에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어보라’고 답했다고 알려졌지만, 이 말을 전한 신들러의 기록들이 오늘날 전반적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쨌건 이 소나타도 ‘템페스트’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0일 부지휘자 최수열 씨의 지휘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서울시향의 음악극장―템페스트’ 공연을 엽니다. 차이콥스키의 교향적 환상곡을 토대로 배우의 연기와 무용수의 춤을 곁들여 음악의 내용을 극적으로 표현할 예정입니다.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시리즈는 작곡가가 악보로만 표현한 음악을 한층 입체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공연 초반에 무대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가 펜을 들어 일으킬 폭풍우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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