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민성진 SKM건축사무소 소장(53)은 난해한 말을 했다. 자신이 건축 설계한, 요즘 ‘핫한’ 휴양시설인 ‘아난티 코브’를 두고 KTX라니….
“KTX는 ‘좋은 공유’의 개념을 확장시킨 사례 같아요. 부자들도 부산에 갈 때 기사가 모는 승용차 놔두고 KTX를 탈 때가 많잖아요. 빠르고 편리하니까요.”
바다를 건물 안으로 한껏 끌어들인 감각적 설계로 벌써부터 입소문이 자자한 아난티 코브. 지난달 중순 부산 기장군에 문을 연 아난티 코브는 회원제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90채)와 아난티 레지던스(128채), 일반 호텔인 힐튼부산(객실 310개)이 어우러져 있다.
“회원제 리조트와 호텔을 함께 둬서 부자만 누리던 혜택을 중산층도 함께할 수 있게 했어요. 또 별장을 소유하는 것보다 좋은 리조트의 회원이 되는 게 편리하고요. 지하철, 병원, 학교, 장기적으로는 주거용 건물까지 공유의 영역이 넓어질 겁니다.”
민성진 소장의 대표 건축물. 왼쪽부터 부산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올해 7월),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2006년), 경기 가평군 아난티클럽 서울(2012년). 에머슨퍼시픽 제공힐튼부산에는 마을 형태의 상업시설과 초대형 서점이 있다. 리조트 회원과 부산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어 대개의 호텔에 있는 폐쇄적 지하 아케이드와 다르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곳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벤치에 앉아 바다를 감상하고, 대형 도서관 같은 서점에서 책을 볼 수 있게 했어요.”
그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건축학 학사),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도시계획학 석사)을 마치고 1995년 SKM을 설립한 뒤 경기 파주시 북시티 헤르만하우스(2004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2005년) 등을 디자인했다. 이후 부동산개발업체 ㈜에머슨퍼시픽의 이만규 대표(47)와 함께 국내 리조트업계의 ‘스타 건축물’들을 지었다. 유선형 티타늄 건물로 경남 남해의 랜드마크가 된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2006년), 뉴욕타임스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건축 45’로 선정한 경기 가평군 아난티클럽 서울(2012년)…. 서로를 존중하는 이 대표와 민 소장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신뢰의 롤 모델로 통한다.
“예전의 콘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시설이 많았어요. 공유하는 것은 대부분 싸고 안 좋다는 생각을 완전히 바꿔보고 싶었죠.”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는 전 객실이 바다를 향하면서 프라이빗 풀과 노천탕을 갖추고 있다. 힐튼부산은 로비를 10층으로 끌어올려 장대한 바다 풍광을 마주하게 했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 바다가 고향 같아요. 바다의 깊고 긴 호흡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투숙객이 각각 바다 위 성주(城主)가 되면 좋겠네요.”
그는 경북 경산시의 한 실버타운도 설계하고 있다. 날렵한 메탈 건축물이다. “국내 실버타운의 개념을 바꿔보겠다는 프로젝트예요. 어르신들도 세련되고 편리한 건물에 사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들어갈 땐 심리적 저항이 크지만 정작 들어가면 굉장히 편한, 노년을 공유하는 건축물이 실버타운이에요.”
“건축은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담는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휴양은? “점점 더 자연, 가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우리가 가진 걸 나눌 수 있는 쉼을 찾을 겁니다. 공유시설을 업그레이드해 궁극적으로는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개념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비로소 그의 ‘업그레이드된 공유 건축론(論)’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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