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작 TV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을 보고 자란 세대라면 누구나 앤을 그렇게 기억한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 같은 모습 말이다.
캐나다 CBC와 넷플릭스의 합작 드라마 ‘빨간 머리 앤’(사진)이 올해 5월 처음 방송됐을 때 트위터에서는 ‘#not my Anne(나의 앤이 아니야)’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화면 속 프린스에드워드섬과 초록지붕집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지만 너무나 현실적으로 묘사된 앤의 비참한 과거를 들여다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리라.
‘부푼 소매 옷’에 대한 낭만이나 상상력은 사치가 되어버린 나이에 마주한 앤의 이야기는 오랜 친구의 아픈 과거사를 듣는 기분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고아 앤과 갖은 학대를 겪는 앤, 공상을 즐겨해 늘 엉뚱한 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늘 불행 속 희망을 보려는 앤.
새 드라마 속 앤은 분명 우리가 알던 앤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아픔을 슬쩍 엿보아서, 그래서 그 친구를 더욱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면 다행히 이제 철이 들었다는 뜻일까. 사실은 그 모든 모습이 우리가 사랑했던 앤이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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