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국이 가마솥더위로 푹푹 찌고 있다. 전국 곳곳에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최고기온도 연일 경신되고 있다. 자비 없는 무더위에 지쳐만 가는 몸과 마음. 떠나간 입맛과 떨어진 체력을 보강해 줄 수 있는 음식이 절실한 시기다.
갯장어는 감칠맛과 영양이 뛰어나 지난달 소개한 민어와 함께 여름 대표 보양식으로 꼽힌다. 양식이 불가능한 갯장어는 전체 장어 어획량의 1%를 차지하는 장어계의 황제로 불린다. 이맘때 기름기가 꽉 찬 갯장어는 전남 여수 등 남해 일대에서 잡힌다. 청정해역 깊은 바닷속에서 서식하다가 산란을 위해 남해안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의외로 우리나라에서 갯장어를 먹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에서야 그 맛을 알고 먹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일본에 수출했다. 상대적으로 기름기가 없는 시기인 여름 이전에는 일본에서 많이 먹고 산란 시기와 맞물려 기름이 최대치로 올라오고 뼈가 부드러워지는 여름과 늦여름에는 국내에서 많이 소비한다.
갯장어는 잔가시가 많아 손질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숙련된 조리사의 내공이 필요한 생선이다. 부드럽고 쫄깃하며 씹을수록 우러나오는 단맛에 계속 찾게 되는 갯장어. 인기가 어느 해보다 뜨겁다.》
핫 플레이스 5 갯장어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는 노련한 칼질의 조리장이 있는 음식점을 추천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영 신통치 못한 곳을 간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 찬바람이 불면 갯장어의 가시는 더 억세진다. 무더운 지금 땀 흘리며 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 고운님
전남 완도가 고향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맛깔난 손맛의 남도 음식과 각종 밑반찬을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전남 신안 임자도산 민어, 신안 지도에서 나는 병어, 여수 및 고흥 나로도의 갯장어를 매일 공수받는다. 장어의 내장을 제거하면 나오는 핏물은 전부 바닷물로 세척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장어의 색이 얼룩덜룩 변한다. 샤부샤부 육수는 기본채소 육수에 대추와 인삼, 갯장어의 머리와 뼈를 더해 진한 맛을 낸다.
정춘근 대표가 공개한 샤부샤부 맛있게 먹는 방법은 우선 갯장어 한 점을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치는 정도로 넣어 흔들었다 뺀다. 그러면 살과 살 사이에 촘촘히 넣은 칼집으로 인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벌어진다. 쫄깃한 식감이 키포인트로 너무 오래 육수에 담그는 것은 금물이다. 꽃이 핀 장어는 얼음물에 바로 담갔다 빼면 살이 탱탱해져 맛이 더 좋아진다. 데친 깻잎에 특제 소스를 찍어 부추, 적양파를 넣고 된장 한 젓가락 꼭 얹길 추천한다. 전남 곡성에서 가져온 집된장으로 샤부샤부 쌈의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로81길 22, 02-562-9292. 갯장어 샤부샤부(중) 6만5000원, (대) 9만8000원
○ 중앙식당
고흥산 갯장어는 굵고 싱싱하며 맛도 좋기로 유명해 최고로 친다. 중앙식당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한 상차림을 전문으로 한다. 녹동항 등 바다에 인접해 고흥의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갯장어(고흥에서는 참장어라 부른다)를 샤부샤부 또는 탕으로 내주고 겨울에는 앞바다에서 채취한 매생이로 매생이탕을 끓여준다. 반찬 가짓수가 많아 놀라고 그 맛에 두 번 놀라게 되는 곳이다.
전남 고흥군 당오천변1길 39, 061-832-7757. 갯장어 샤부샤부 시가(1인분에 약 3만 원)
○ 맛기행사계절
자연해산물 전문점으로 내부도 작고 허름한 편이지만 가격 대비 나오는 갯장어의 선도와 질이 훌륭하다. 기본 반찬으로 채소와 메추리알, 초고추장을 곁들인 브로콜리 등이 깔리는데 이것들로 배를 채우면 진정한 갯장어의 맛을 느낄 수 없다. 탄탄한 육질의 여수산 갯장어를 앞에 두고 갯장어 샤부샤부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쭈뼛댈 필요는 없다. 친절한 사장님이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마무리로 칼국수나 라면 사리를 넣어 먹거나 어죽을 만들어 먹으면 마무리도 든든하게 할 수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로 598, 02-887-0775. 갯장어 샤부샤부(중) 6만5000원, (대) 8만 원
○ 경도회관
국내에서 갯장어를 요리로 즐겨 먹기 시작한 곳은 전남 여수다. 갯장어 샤부샤부는 여수의 3대 별미 중 하나다. 여수 국동항에서 배를 타고 5분 정도 들어가야 나오는 ‘경도회관’은 갯장어 샤부샤부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첫눈에 봐도 선도 좋고 때깔 남다르며, 손질 잘된 갯장어는 ‘이곳이 갯장어의 본고장이다’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여름에는 갯장어 샤부샤부와 회, 겨울에는 장어탕과 붕장어, 새조개를 샤부샤부로 요리해 판매한다.
전남 여수시 대경도길 2-2, 061-666-0044. 갯장어 샤부샤부 9만 원, 갯장어 회 7만 원
○ 갓포치유
일본에서 갓포(割烹)란 흔히 ‘셰프가 고객과 교감하며 질 좋은 요리를 하는 곳’이란 의미다. 가이세키보다 캐주얼하고 이자카야보다는 고급스러운 요리를 말한다. 베테랑 셰프가 신선함을 살린 조리법으로 내놓는 독창적인 계절 요리가 특징이다. ‘갓포치유’는 갓포 요리를 기본으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셰프의 손끝에서 나오는 요리를 내놓는다. 갓포집답게 최근 계절에 발맞추어 갯장어 나베샤부샤부를 내놓고 있다. 버섯과 큼직하게 썬 두부, 당면이 들어있는 육수를 팔팔 끓인 뒤 잘 손질된 갯장어 한 점을 넣어 먹는다. 엄격하게 괸리된 깨끗한 맛의 생맥주가 일품이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34-2, 070-7750-5585. 갯장어 샤부샤부 2만8000원
붕장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닷장어가 맞다. ‘아나고(アナゴ)’라고도 불리며 사시사철 잡혀 다른 장어보다 대중적이다. 기름기가 많은 편으로 뼈째 씹는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씹는 맛이 좋다. 작은 붕장어는 회로 먹고, 큰 붕장어는 탕으로 끓여 먹는다.
먹장어는 흔히 곰장어라 불린다. 겉모습만 보면 장어 중 크기가 가장 작고 얕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한다. 눈은 퇴화되면서 살 속에 묻혀 눈으로는 보기 힘들다. 입은 주머니처럼 뚫려 있고 피부에서 점액질을 내뿜어 그 모습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맛 하나는 으뜸이다. 양념구이보다 소금구이로 요리해서 먹으면 이만한 술안주가 없어 애주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났지만 민물에서 살아 민물장어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우나기(うなぎ)’라고 불린다. 일본인들은 우리의 복날에 해당하는 날에 몸보신을 위해 뱀장어를 요리해 먹을 정도로 뱀장어 사랑이 남다르다. 최근에는 개체 수가 감소해 가격까지 올라 쉽게 보기 힘든 종이 됐다.
미식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갯장어는 성격이 사나운 개 같다는 의미로 ‘개장어’로 불리다 지금의 갯장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일본어로는 ‘하모(はも)’로 이 단어에 익숙한 사람도 많다. 주둥이가 뾰족하고 이빨도 날카로운 데다가 포악한 성격으로 사람도 물고 심지어 서로 물기도 한다. 한번 물리면 성인 두 명이 생선의 주둥이를 잡아야 겨우 벌어질 정도로 힘이 좋다.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산으로만 만날 수 있는 갯장어는 여름철 손에 꼽는 고급 식재료다. 몸도 단단하지만 잔가시가 워낙 많아 하나하나 다 발라줘야 하는데 자칫 칼질이 잘못 들어가면 껍질까지 썰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손이 워낙 많이 가는 데다 조리장의 기술이 필요해 가격대가 높다.
전남 고흥과 여수 등에서는 ‘진짜 장어’라는 의미로 참장어로도 불린다. 몸은 하나인데 불리는 이름은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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