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선배의 아버지가 지난주 암으로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부고였다. 빈소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분은 고인의 부인이었다. 그분은 남편을 잃은 슬픔을 눈물과 격한 감정으로 드러내기보단, 조문객에게 남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는 데 대한 감사함을 차분하게 전했다.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에 하염없이 우는 내게 어머니가 그랬어. ‘지금은 감정적으로 있을 때가 아니라 아버지의 명예와 품위를 끝까지 지켜드려야 할 때’라고.” 선배의 말이다.
덕분에 조문객들은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보다는 고인의 생전 삶의 자취에 대한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극작가 배삼식 씨는 석 달 전 아내 이연규 씨(배우)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한 달 전 그의 신작 ‘1945’의 공연에 맞춰 희곡집이 출간됐다. ‘연규에게’라는 네 글자가 새겨진 첫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내 마음이 그렇게 남기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이별은 어렵다. 품위 있는 이별을 연거푸 지켜보며 남은 사람들의 슬픔보다 떠난 이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를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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