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 인덱스(Global Web Index)사(社)는 “영국인들이 하루 평균 9시간 이상을 인터넷에, 이 중 2시간 이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쓰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사람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고 영상과 이미지 자료를 나눈다.
그 중심에 셀피(Selfie·스마트폰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가 있다. SNS 스타 킴 카다시안은 셀피만 모은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유명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도 온라인 얼굴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영국 작가 윌 스토어가 6월 펴낸 ‘셀피’(사진)는 현대인이 셀피에 집착하는 이유에 질문을 던진다.
셀피를 활발하게 찍는 것은 자기애와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행위일까? 그렇다면 셀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스토어는 셀피를 자세히 관찰하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썼다. ‘외향적이고, 날씬하고, 아름답고, 개인적이고, 긍정적이고, 열심히 일하고, 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넓은 세계관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즉 현대인에게 셀피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 인간상을 구현하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창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상적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24시간을 온라인에 노출하는 반면 이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위축되고, 자괴감에 빠지고, 우울해지며,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한다. 저자는 영국에서 최근 10년간 자살률이 2% 가까이 증가한 것은 SNS 사용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스토어는 이상적 자아란 문화와 역사에 의해 정의된다고 썼다. 인류가 단체로 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강인한 체력을 가진 사냥꾼이 이상적 인간상이었고, 여러 독립 국가가 난립했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달변가가 추앙받았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개인적이고 긍정적이며 글로벌한 시각을 가진 사람을 이상적이라 여겼다.
역사적 상황에 따라 이상적 인간상은 크게 달라진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 정보기술 시대에 이르기까지 판이한 문화상에서 이상적 자아의 모습이 어떻게 형성되고 바뀌어 왔는지 소개한다.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행위와 자아 형성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셀피와 함께 자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젊은 독자들은 저자의 문제 제기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국 포일스 서점에서 만난 한 젊은 직원은 “이 책을 읽고 자아 발전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가 오히려 반대로 개인에게 얼마나 그릇된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책”이라며 올해의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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