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알파고 특선보…허무한 결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3시 00분


○ 알파고 9단 ● 알파고 9단
4국 10보(161∼180)

이제 어려운 자리는 다 없어졌다. 끝내기만 죽죽 해나가면 된다. 흑 63은 우하 쪽에 있는 흑의 약점을 보강한 것. 백 64는 실리로 크고, 좌변 흑에게 살아가라고 압박하는 수.

그런데 여기서 흑 알파고의 사고 회로에 이상 증후가 생긴 것일까. 좌변이 살아야 하는 시점에 갑자기 흑 65, 67로 귀에서 살겠다고 나선 것.

여기서는 참고 1도 흑 1로 받으면 안전했다. 흑 1은 얼핏 보면 집 내는 수처럼 보이지 않지만 ‘가’ ‘나’ 등이 모두 선수가 되기 때문에 추가 한 집을 내는 게 어렵지 않다. 이어 백 8까지 예상되는데 미세하지만 흑이 우세하다.

그런데 귀에서 살자고 하는 바람에 백 72가 선수로 들었고, 백 74로 끊는 수가 성립했다. 부분적으로 흑 75는 참고 2도 1로 두는 것이 최선. 이렇게 되면 패가 나는데 백의 꽃놀이패여서 흑이 감당할 수 없다.

결국 76의 파호로 흑 대마가 졸지에 비명횡사했다. 우상 귀 변화 이후 줄곧 대세를 이끌어오던 흑 알파고가 어이없게 침몰한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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