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표지 십자가는 팝의 상징… 종교 다른 팬도 그대로 받아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펜타포드 록페’ 불태운 佛 전자음악 듀오 ‘저스티스’

15일 밤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선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저스티스’의 가스파르 오제(왼쪽)와 그자비에 드 로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제공
15일 밤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선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저스티스’의 가스파르 오제(왼쪽)와 그자비에 드 로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제공
36대의 검고 육중한 마셜 기타앰프, 거대한 십자가 형상, 천지창조의 순간처럼 사납게 명멸하는 조명, 가죽점퍼 입은 두 사람….

13일 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11∼13일) 메인무대 마지막 순서. 프랑스 듀오 ‘저스티스’의 공연은 1980년대 헤비메탈과 21세기 전자음악의 극단적 지점들을 뒤섞었다. 올여름 국내 야외음악제의 절정과 피날레를 동시에 만들어냈다.

두 멤버, 가스파르 오제(38)와 그자비에 드 로네(35)를 이날 대기실에서 만났다. “어린 시절 (미국 메탈 밴드) 슬레이어의 콘서트를 보고 우리 무대에도 기타앰프를 잔뜩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머릿속에서 가장 시끄럽고 강력한 음악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그거예요.”(드 로네)

저스티스는 2007년 데뷔앨범 ‘†’(Cross)부터 세계음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록에서 영향 받은 자극적인 전자음들이 중독적인 선율과 결합한 음악에 미국(그래미), 영국(NME), 프랑스(음악의 승리)의 주요 음악상이 따라왔다.

둘은 지독한 미니멀리스트다. 모든 앨범 표지에 아무 설명 없이 십자가만 그려둔다. 독실한 크리스천…? “마돈나, 블랙 새버스, 조지 마이클이 그랬듯 팝의 상징으로 썼어요. 저희 팬들 중 불교, 유대교, 이슬람교 신자도 이 십자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더군요.” ‘정의’란 팀명은 또 무슨 뚱딴지인가. 둘은 “세계인 누구든 단박에 알아듣는 단순한 단어를 고른 것뿐”이라고 했다.

시커먼 선글라스, 과묵한 태도, 프랑스어의 ‘r’ 발음을 잔뜩 섞은 영어…. 속을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지난해 말 낸 3집 제목은 또 왜 ‘Woman’(여자)인지 물었다. “여자는 파워의 상징이죠. 첫째, 우리 인간은 모두 여자의 몸에서 나왔어요. 삶의 창조자. 정의(저스티스)의 여신도 여자. 남자는 약해요.”

음악 팬들이 저스티스, 다프트 펑크, 에어 같은 프랑스 음악가들에게서 비슷한 뭔가를 느끼는 건 왜일까.

“어릴 때 프랑스 TV에서 틀어준 일본 만화들, 즉 ‘셜록 하운드’ ‘북두신권’ ‘스페이스 어드벤처 코브라’의 그림과 음악에서 다들 큰 영향을 받았죠. 둘째는 선대 프랑스 음악가들이 보여준 순수한 감정 접근법이에요. 행복하면, 우린 아주 행복해야 돼요. 슬프면, 그냥 슬픈 걸론 성이 안 차죠. 슈퍼 새드(super sad)…. 감정을 에두르는 요즘 음악에 우린 잘 공감 못해요.”
 
인천=임희윤 기자 imi@donga.com
#justice#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가스파르 오제#그자비에 드 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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