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를 경복궁 근정전 회랑으로 옮기는 작업이 16일 오전 9시를 기해 시작됐다.”(동아일보 1972년 8월16일자 7면)
진흥왕 순수비는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이 북한산에 세운 비다. ‘순수(巡狩·임금이 나라를 두루 돌아다님)’는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순수한 것을 기념해 세운 비임을 알 수 있다. 19세기 초만 해도 무학대사가 세운 비로 알려졌다가, 1816년 금석학자인 완당 김정희가 친구 김경연과 함께 북한 승가사에 갔다가 이 비를 발견해 탁본으로 ‘진(眞)’자를 찾아내고 진흥왕이 세운 것임을 확인했다.
오랜 풍화작용으로 비의 아래쪽 귀가 떨어져 나가고 비문의 마멸이 심해진다는 판단에 문화재관리국은 1400여 년이나 자리를 지켜온 진흥왕순수비의 경복궁 이전을 단행했다. 그러나 막상 옮기려고 하니 비문은 이미 거의 마멸된 상태였고 비신이 튼튼히 고정돼 있어 “경솔한 이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동아일보 1972년 8월 19일자)
이 비석은 1986년 다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로 옮겨졌다. 진흥왕순수비가 있던 자리에는 이 비석의 옛터임을 알려주는 표지(標識)가 남아있다. 진흥왕 순수비는 숭례문, 원각사지 십층석탑에 이어 국보3호로 지정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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