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아니냐고 놀림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놀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나를 나에게 돌려주자. 타인과의 접촉이나 접속보다 자신과의 연결을 더 중시하는, 그런 의미에서 자발적 외톨이가 되자. ―일인분 인문학(박홍순·웨일북·2017년) 》
반년 넘게 이어온 배낭여행으로 ‘집밥’이 그리워질 무렵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났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인근에서였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박물관 관람까지 함께했다.
30만 점이 넘는 예술품을 최대한 느리게 돌아보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행은 얼른 모나리자가 있는 2층으로 가자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 3대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충분히 음미하려던 내 계획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행에게 이끌려 이름 있는 작품들을 출근 도장 찍듯 돌아보고는 박물관을 서둘러 나왔다. 사람들에게 포위된 모나리자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처음 일행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어느새 아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결국 다음 날 혼자 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여러 번 걸음을 멈췄고 작품에 몰두한 사람들의 표정도 천천히 살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일인분 인문학’은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다분히 자기중심적이다. 저자 박홍순은 옛 현인들의 말을 빌려 “침묵을 지향하고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고 권한다. “결핍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 깊어진다”고 말한다. 책 곳곳에는 관계 속에 파묻힌 현대인의 비애와 자기애의 소중함을 담은 미술작품들이 숨어 있다. 저자의 인문학적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루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쓰는 우리를 향해 저자는 혼자만의 시간에 몰두하는 ‘혼족’이 되라고 이야기한다.
아주 천천히 저자가 차려 놓은 일인분의 성찬(盛饌)을 한 숟갈씩 만끽했다. 배가 불러올수록 그동안 잊고 지낸 내면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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