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은 일단 우변에서 손을 빼고 하변 ○부터 응수를 물었다. 그러나 백은 48로 우변을 단단히 지켰다. 우변에선 흑이 입은 손해가 막심하다. 그렇다면 하변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구해야 한다.
흑 49가 최강의 공격이고, 백은 50, 52로 한 점을 포기하지 않고 귀를 활용해 변화를 구해본다. 이렇게 서로 끊을 때는 먼저 단수를 치지 말라는 것이 일반적인 기리(棋理)로 꼽힌다. 그런데 알파고는 흑 53으로 단수부터 치고 나선다. 알파고가 인간의 기리를 바꾸는 것일까. 하지만 이 대목만큼은 인간의 기리가 옳아 보인다.
참고도 흑 1을 보자. 기존 기리처럼 이렇게 뻗어두는 게 정수. 흑 9까지가 예상되는데 흑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귀의 실리도 지키고 하변 백 석 점도 거의 제압한 모양이다.
흑 59까지 패의 형태가 돼서 흑의 부담이 커졌다. 물론 백도 당장 패를 결행하긴 어렵다. 팻감이 없기 때문. 그래서 백 60으로 우상귀에서 팻감을 만드는 공작을 시작했다. 흑 61은 강수. 팻감을 의식해 귀에서 백이 사는 수단을 허용하면 흑으로선 더 어려워진다. 백 62가 참으로 기묘한 수. 평상시라면 있을 수 없는 수지만 지금은 화끈한 팻감을 만들 수 있는 수다. 흑의 응수가 계속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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