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말러 위상 높인 지휘자, 번스타인 탄생 99주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이달 6일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체코 칼리슈테 생가를 다녀왔습니다. 기념관 겸 펜션으로 쓰이고 있는 그 집의 주인은 일요일인데도 문을 열고 커피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함께 간 분들과 뜰의 잔디를 바라보면서 말러의 삶, 그리고 그의 음악 얘기를 한참이나 나누었습니다. 서구에서 말러의 인기가 치솟는 데 큰 역할을 한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사진) 얘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말러는 생전에 (작곡가로서)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시대가 쉽게 오지는 않았습니다. 말러가 죽은 뒤 사람들은 길고 복잡한 그의 교향곡을 어려워했고, 1933년 독일 나치 집권 이후에 유대인이었던 그의 음악이 금지되면서 유럽에서 그의 음악을 떠올리는 일은 더욱 드물어졌습니다. 그런 말러의 교향곡이 오늘날 베토벤과 맞먹는 위상을 갖게 된 데는 번스타인의 역할이 컸습니다. 전적으로 그의 힘만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이죠.

1957년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번스타인은 당대 미국인의 우상이었습니다. 유럽 출신 지휘자들이 주요 악단의 지휘대를 장악한 시절에 ‘순수 미국산 30대 젊은 피’로 미국 최고 악단을 짊어지게 되었으니 그럴 만했죠. 마침 1960년은 말러 탄생 100주년, 1961년은 말러 사망 50주년이었고, 번스타인은 말러 교향곡 전곡을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에 올리는 한편 이를 전집 음반으로 발매하기 시작했습니다. 1958년 스테레오 LP음반이 등장하면서 좋은 음질로 큰 규모의 교향곡을 듣기에도 맞춤한 조건이 마련된 때였습니다.

번스타인이 녹음한 전설적인 말러 음반들은 오늘날 ‘추천음반 목록’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말러를 접하는 ‘첫 경로’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번스타인이 해석한 말러는 그 자신만의 색채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죠. 오히려 수많은 다른 지휘자의 말러 해석을 충분히 접한 뒤 번스타인이 해석한 말러를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달 25일은 번스타인의 99번째 생일입니다. 지휘자로서뿐 아니라 음악이론가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작곡한 작곡가로 뜨겁게 살았던 그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구스타프 말러#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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