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은 해마다 시즌 최고의 대세 컬러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온다. 블랙은 시즌과 상관없는 대세 컬러다. 클래식인 셈이다. 올 봄·여름에는 핑크가 블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폭염이 지나가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레드가 블랙의 위상과 맞먹을 전망이다. 올가을엔 레드가 뉴 블랙이다. 패션지 엘르 미국은 올 초 뉴욕, 밀라노, 파리 패션위크 직후 “올가을의 컬러는 두말할 것 없이 레드다. 이번 시즌의 레드는 ‘파워 레드’로 불릴 것”이라고 평했다.
채도 높은 쨍한 레드부터 가을이면 빠질 수 없는 우아한 버건디, 빛바랜 오렌지 레드까지 레드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드를 활용한 톤온톤 스타일링이 가능한 이유다. 펜디, 지방시, 프로엔자스쿨러, 셀린느 등은 레드 룩이 시크하면서 우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펜디의 가을·겨울 컬렉션을 보면 레드의 초보부터 고급자 코스까지 단계별 레드 룩을 엿볼 수 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향하는 시간, 이탈리아 로마 거리를 서성이는 영화배우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이다. 그래서인지 붉은 태양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다 마침내 완연한 형태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레드 1단계. 액세서리를 활용한 레드 룩이다. 펜디 런웨이의 모든 모델은 강렬한 레드 부츠를 신었다. 어수룩한 어둠 속에서 등장한 첫 번째 모델에게는 발끝에서만 붉은 기운이 느껴진다.
신발, 가방 등은 레드 트렌드를 따라잡기 쉬운 아이템이다. 전체 룩에 포인트를 주면서 지나치게 튀지 않기 때문이다. 셀린느가 이번 새롭게 선보이는 디자인인 ‘클래습’ 라인은 가방 위의 커다란 잠금 장식에서 이름을 따온 백 컬렉션이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이번 시즌 빠질 수 없는 레드 컬러를 썼다.
올 시즌 레드 트렌드를 이끈 지방시는 레드 컬렉션에 걸맞은 레드 가방과 슈즈도 함께 선보인다. 가방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넓은 밴드가 전체 실루엣을 완성시키는 ‘호라이즌’ 백과 지방시 고유의 잠금 장식이 부착된 펌프스를 강렬한 레드 컬러로 출시했다. 호라이즌이라는 이름은 지방시가 전하는 긍정적인 메시지와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것으로, 도시적이고 정교한 브랜드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호라이즌 백은 미디엄, 스몰, 미니 등 3개 크기로 선보인다. 아찔한 높이의 펌프스는 발목에 지방시 고유의 잠금 장식을 달아 브랜드의 색깔을 드러냈다.
끌로에 또한 이번 시즌 새로운 디자인의 ‘픽시’ 백을 버건디 색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둥근 금속 핸들이 달려 우아함을 강조하는 이 가방은 반짝이는 염소가죽과 부드러운 소가죽, 스웨이드를 믹스해 사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1단계를 마쳤다면 이제는 레드 2단계. 2개 이상의 아이템을 레드로 바꿔보자. 레드 부츠 위에 블랙과 레드가 어우러진 프린트 드레스를 입은 펜디의 룩이 여기에 해당할 것 같다. 쨍한 레드 코트 안에 푸른색 옷을 입어 대비를 통해 레드를 좀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할 수도 있다.
마지막 레드 3단계. 올 레드 룩. 올 가을·겨울 가장 트렌디한 룩이 아닐까. 화려함보다는 시크함이 느껴지는 레드 룩이 주류를 이룬다. 펜디는 귀걸이, 구조적인 디자인의 코트. 부츠, 가방까지 선명한 레드 룩을 선보였다. 셀린느의 레드 룩은 여성스럽다. 셀린느는 빛 바란 듯한 오렌지 레드 컬러의 드레스로 우아함을 뽐냈다.
지방시는 12년 동안 지방시를 이끈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의 컬렉션을 강렬한 레드로 표현했다. 12년간 티시가 선보였던 각 시즌의 상징적인 스타일을 레드 컬러로만 완벽하게 재해석한 것. 티셔츠부터 스웨트셔츠, 원피스, 스커트, 퍼 코트, 팬츠, 슈즈, 백까지 강렬한 레드가 컬렉션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막스마라의 레드 룩은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 벨벳 소재 레드 팬츠, 우아한 오버사이즈 레드 코트, 레드 스웨터까지. 소재와 톤을 달리한 레드 룩으로 블랙을 능가하는 파워풀함을 표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