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알파고 특선보… 타이밍을 놓친 알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 알파고 9단 ● 알파고 9단
5국 6보(76∼92)

좌하 귀 패를 내준 백은 이제 우상에서 대가를 찾아야 한다. 백 76부터 우상 한 점을 움직인 건 살리자는 뜻이 아니다. 이를 이용해 중앙을 더 두텁게 만들자는 뜻이다. 이른바 ‘노루 친 막대기, 3년 우려먹는다’는 말처럼 우상 한 점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백 86까지 되고 보니 상변 흑 5점은 거의 폐석 수준이다. 백은 좌하 패를 미끼로 만족스러운 이익을 얻었다.

이제 반상을 전체적으로 둘러보자. 상변 백 세력과 하변 흑 세력이 서로 맞서고 있다. 그런데 상변 백은 약점이 없고 탄탄한 반면 하변 흑의 모양은 허술하고 뒷맛이 적지 않다. 이런 차이가 지금 형세를 대변하고 있다.

흑 89는 좋은 감각. 하중앙을 크게 경영해야 흑은 희망이 있다. 여기서 백의 완착이 나온다. 백 90은 부분적으로 선수지만 지금처럼 세력과 세력이 맞붙은 상황에서는 세력부터 키우는 게 필요했다. 참고도 백 1로 상중앙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했다. 알파고도 타이밍을 놓친 셈인데, 그만큼 알파고가 완벽하진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흑이 91을 두자 흑 모양의 폭이 넓어졌다. 타이밍을 놓친 뒤 둔 백 92는 이제 참고도처럼 세력을 확장하는 수가 아니라 흑 세력을 삭감하는 수가 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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