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젖가슴 모양으로 샌드백을 제작한 중국 작가 궈전의 ‘샌드백’.
굳은살이 생기고 상처가 나 반창고와 붕대를 댄 거친 손가락 30개가 꽃잎이 되어 이리저리 꿈틀댄다. 상처투성이이지만 아직은 살아있다고, 이제는 살려달라고 포효하는 것 같다. 이 영상 예술작품의 제목은 ‘통화(通貨·Flower Currency)’. 인도네시아 작가 이르완 아멧과 티타 살리나가 시중에 유통되는 돈, 즉 자본을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손으로 표현했다.
기억 및 문화 공동체인 ‘도시, 국가’를 주제로 한 전시가 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 아시아 국가와 한국이 평행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근대사, 문화, 감정을 담았다. 다음 달엔 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단체전도 예정돼 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의 ‘두 도시 이야기’전에는 1945년 이후 한국과 인도네시아 역사 속에서 잊혀졌거나 주목받지 못한 이야기 및 기억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9월 3일까지 전시된다. 인도네시아 작가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는 일제 침략 당시 인도네시아 포로수용소 간수였던 한국인 양칠성의 이야기를 수집해 설치미술 작업으로 풀어냈다. 한국 작가 배영환은 민주화에 대한 갈증을 노래한 가수 한대수의 ‘물 좀 주소’를 배경으로 한국 산업화를 이끈 세운상가 일대의 현재 모습을 촬영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2017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정글의 소금’전에서는 도시 산업화 이후 충돌하는 전통에 대한 베트남 젊은 작가들의 생각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베트남 근대화의 상징인 커피농장과 고무농장, 오토바이 등을 소재로 한 작업들이 서울 종로구 KF갤러리에서 10월 18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은 다음 달 1일부터 12월 3일까지 ‘아시아 여성 현대미술전’을 열고 아시아 10개국 여성 작가 24명의 작품 100여 점을 전시한다. 학대당하고 지배받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권투 경기 샌드백에 투영한 중국 작가 궈전, 화장실 거울에 비친 젊은 접대부들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추이슈원, 여행 중 찍은 음식 사진으로 소비지상주의와 관련된 문제를 제시하는 필리핀 작가 제이즐 크리스틴 등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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