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들의 무덤 위에 지어진 하늘의 도시’ ‘바닷물보다 낮은 땅 위에 지어진 비행기 제국’ ‘1916년에 지어져 100년 역사를 넘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공항’ ‘개항 100년째인 지난해 이용객 7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톱10 규모의 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관문 스키폴 국제공항입니다. 공항 이름인 ‘스키폴-schiphol’은 ‘배들의 무덤’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 이 공항의 해발고도는 -4m입니다.
이 큰 공항이 최근 규모만큼이나 큰 결정을 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만으로 공항의 모든 전기시설을 가동하겠다”는 친환경 에너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인 2018년 새해부터 시작됩니다. 점차 풍력발전 비중을 높여서 2020년에는 100% 풍력발전기로 만들어진 전기만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공항이 한 해 소비하는 전력량은 200GWh입니다. 같은 기간 약 6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입니다. 전기 사용량만 보면 공항은 말 그대로 작은 도시 하나인 셈입니다. 스키폴 공항은 도시 한 곳이 쓰는 전기를 모두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공항에서 쓰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스키폴 공항은 에너지 회사인 에네코(Eneco)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 회사는 네덜란드의 비안넨(Vianen)이라는 지역에 ‘바람 농장(Wind Farm)’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일단 올해 말까지 3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3대를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농장’ 크기를 늘려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스키폴 공항은 이 같은 정책을 통해 공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5년 스키폴 공항에서 발생된 온실가스 총량은 9만8635톤으로 승객 1명 당 1.71kg이었습니다. 다음 해에는 배출 총량은 10만2195톤으로 오히려 늘었지만 승객 1명 당 배출량은 1.56kg으로 줄었습니다. 스키폴 공항은 풍력발전 100% 정책으로 배출 총량을 혁신적으로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에 대한 논의이고 친환경 에너지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는 천혜의 환경을 가진 나라입니다. 국토 전체에 산은 고사하고 언덕조차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로를 따라 끊임없이 늘어서 있는 풍력발전기는 풍차와 함께 네덜란드의 큰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풍력 발전에 이로운 지형적 이점을 잘 알고 있는 네덜란드는 풍력발전 규모를 키우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기도 합니다. 네덜란드의 2016년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총 4328메가와트로 1년 전에 비해 25.7% 늘어났습니다. 네덜란드는 2015년에도 전년 대비 22% 설비용량을 늘린 바 있습니다.
공항과 비행기 이용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시선도 분명 있습니다. 스키폴 공항의 실험을 전 세계 항공사와 공항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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