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전후 미국 젊은이들의 허무주의를 시대정신으로 끌어올린 20세기 미국 문학의 자랑이다. 그에게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안겨다준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비롯해 그를 기억하는 것은 이처럼 다수의 문학 작품이다.
하지만 헤밍웨이는 뛰어난 작가였을 뿐 아니라 미국 사회 곳곳과 유럽의 전쟁터를 25년간 누빈 신문사 기자였다. 18세 때부터 지역 신문사에서 수습기자로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400여 편의 기사와 칼럼을 남겼다. 이 책은 헤밍웨이가 기자 시절 쓴 기사 25편을 선별했다. 그를 뛰어난 작가로 만든 기반이었던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자 헤밍웨이의 특징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식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1923년 주간지 토론토 스타에 실은 기사에서 “당신이 사용하던 하모니카도 중고로 팔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무공 훈장은 취급하지 않는다. 용기의 시가는 그래서 아직 ‘미정’이다”라며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은 당시 보훈 정책을 꼬집었다. 이 밖에도 가식적인 모습의 정치인, 군 복무를 기피하는 젊은이 등 당대 미국 사회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기록했다.
헤밍웨이의 글쓰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전쟁이다. 그는 유럽특파원으로 활동하며 1922년 그리스-터키 전쟁과 1936년 스페인 내전 등 20세기 초 각종 전쟁에 종군기자로 참가했다. 그가 쓴 전쟁 기사 대부분은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현대전에서는 당신의 죽음이 아름답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당신은 그저 개죽음을 맞이할 뿐이다”라며 전쟁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보였다.
“글을 쓰는 사람의 고민은 변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깨달은 후에 이것을 어떻게 글에 녹여내어 독자의 삶 일부가 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헤밍웨이가 1937년 한 잡지에 실은 글이다. 글을 쓰는 사람 혹은 글을 잘 쓰고 싶은 독자 누구에게나 좋은 참고서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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