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힘은 남성 진영이 당황하는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범죄 사건과 비슷한 일은 미국에서도 일어난다. 개별 사건을 분리하지 않고 원인의 패턴을 확인해 끈질기게 투쟁해야 한다.”
2014년 페미니즘 에세이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56·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둠 속의 희망’(이상 창비) ‘걷기의 인문학’(반비) 등 저서 세 권 한국어판이 최근 잇달아 출간됐기 때문이다.
‘남자들은…’에서 여자에게 자꾸 의기양양하게 설명하려 드는 남성을 꼬집는 ‘맨스플레인(mansplain=man+explain)’이란 말을 유행시킨 그는 25일 오전 서울 한 카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나는 언제나 ‘걷기’에 대해 쓴다”고 했다.
“내 글은 걷지 않았던 곳으로 걸어가는 노력의 이야기, 가지 못한 길을 탐색하는 ‘브레이킹 스토리’다. ‘브레이크’란 단어는 뉴스 속보를 얘기할 때 흔히 쓰지만 나는 ‘통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이야기’란 의미로 쓰길 좋아한다.”
‘여자들은…’은 올해 탈고한 신간, ‘어둠…’과 ‘걷기…’는 각각 2004년과 2000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다. ‘어둠…’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후 그를 반대하는 이들 사이에서 다시 널리 읽혀 화제를 모았다. 1980년대부터 사회운동에 참여해온 활동가인 솔닛은 “친구들에게 대통령 탄핵 방법을 한국에서 배워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맨스플레인은 차용해 쓴 말이었고 내가 만든 말은 ‘privilege(특권)’와 ‘oblivious(망각한)’를 결합한 ‘privilivious’다. 타인에게 어떤 고통을 가하는지 잊은 채 특권을 휘두르는 자. 트럼프는 그 전형이다.”
새 책에는 젊은 여성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임을 알리는 내용을 담았다. 솔닛은 “1년 단위로 페미니즘의 성패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희망은 낙관이 아니다. 희망은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 그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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