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소설을 쓰거나 획기적인 논문을 쓰는 학자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한 글자 한 글자 글씨를 써 내려가는 사람들 말이다.
문영오 동덕여대 명예교수(77)는 9년간 논어를 4가지 글씨체로 썼다. 서예가이기도 한 그는 글씨에 집중하다 어지럼증 때문에 몇 달간 작업을 중지하기도 했지만 끝내 완성시켰다. “제대로 된 서예체로 논어를 완성시킨 이가 한 명도 없어서 나라도 해야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남상천 남천속기연구소장(88)은 60년째 속기를 보급하고 있다. 1970, 80년대만 해도 속기사가 선호 직업이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속기를 찾는 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는 “디지털 시대가 와도 결국 글은 계속 써야 하지 않나.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속기가 필요하니 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글의 위기론이 불거진다. 그래도 이들처럼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선가 묵묵히 글을 써가는 모든 이에게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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