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회서 소외된 자들, 평화 공동체를 만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일 03시 00분


◇외로움과 시설을 넘어서/닐스 크리스티 지음/윤수종 강내영 옮김/222쪽·1만3000원·울력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구금됐던 덴마크 감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감옥은 56개 채널이 있는 케이블TV가 제공되고, 책이나 게임기를 빌릴 수 있고 일주일에 두 번은 피자도 시켜 먹을 수 있었다. 정유라의 편안한 감옥 생활은 북유럽 국가들의 교정 시설이 처벌보다 재활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자 닐스 크리스티는 1990년대 집단 구금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하는 등 이러한 회복적 교정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한 노르웨이의 저명 사회학자·범죄학자다.

크리스티는 범죄자에게 고통을 주어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원칙에 반대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 지역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그런 크리스티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졌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공동체들을 관찰한 기록을 담은 학술서다.

‘캠프힐’이라고 불리는 이 마을들은 히틀러의 핍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유태인 쾨니히를 비롯한 사람들이 만든 치유학교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이곳 사람들은 수입이 생기면 마을의 공동 주머니에 모으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쓴다. 평일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함께 각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모임 활동을 한다. 이 마을에는 권력을 가진 개인이나 기관이 없다.

크리스티의 기록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동체를 꾸리고 살아갈 수 있는 주체로 바라보도록 한다. 노르웨이인인 크리스티가 1989년 영어로 쓴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고, 일본어 번역도 참조해 맥락을 한 번에 이해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외로움과 시설을 넘어서#닐스 크리스티#최순실#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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