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창작 뮤지컬 ‘벤허’는 압도적인 무대가 인상적이다. 한국 창작진의 손에서 빚어진 벤허 무대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의 라이선스 작품 못잖게 웅장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프랑켄슈타인’ 등에서 무대를 꾸며온 데뷔 20년차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48)가 벤허 무대를 맡았다.
벤허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치는 주인공 유다 벤허와 메셀라의 전투신에 등장하는 여덟 마리의 말 모형과 높이 7.2m인 로마의 함대다. 서 디자이너는 “두 개의 전차마다 4개의 말 모형이 달린다”며 “고무의 일종인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로 관절과 뼈대가 드러나는 실제 말 크기의 인형을 만든 뒤 그 안에 모터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모형은 영국 극립극단의 연극 ‘워 호스(War horse)’에서 호평을 받은 말 모형을 떠올리는 모양새다. 워 호스에선 나무로 만든 말 모형을 3명의 배우가 머리와 가슴, 다리 부분으로 나눠 세밀하게 동작을 표현한 반면 벤허에선 모터를 이용해 기계로 말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전차당 나란히 연결된 네 마리의 말 모형은 가로 4m, 길이(세로) 5m 크기다. 말의 움직임은 배우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서 디자이너는 “배우들이 전차 손잡이에 설치된 스위치로 말의 앞발을 들거나 내린다”고 말했다.
유다 벤허가 로마 함대의 노를 젓는 노예로 끌려간 뒤 해적선의 공격을 받은 로마 장군을 구하는 장면에선 가로 2.5m, 높이 7.2m의 거대한 함대가 무대에 등장한다. 서 디자이너는 “함선은 총 세 개의 덩어리로 이뤄져 있다”며 “함선 양옆은 평면적인 무대인 데 반해 노군들이 두 줄로 나눠 앉아있는 가운데 판 무대는 사다리처럼 무대를 내려 입체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함대는 무대 바닥에서 1.8m 정도 공중에 떠 있다. 서 디자이너는 “벤허 역의 배우 가운데 고소공포증이 심한 경우가 있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간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뮤지컬 벤허는 10월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5만∼14만 원.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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