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슬람 인구가 17억 명이 넘습니다. 세계 3대 종교로 꼽힐 만큼 전통도 깊죠. 하지만 여전히 바깥의 시선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습니다. 무지로 인한 근거 없는 비판은 갈등만 악화시킬 뿐이에요.”
1일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엔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함이 묻어났다. 이슬람교도의 항변 아니냐고? 실은 스스로도 “보수 교단 소속”이라고 밝힌 김동문 목사(57)가 하는 얘기다.
김 목사는 지난달 출간한 책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선율·사진)에서도 국내외에 만연한 ‘이슬람 포비아(공포·혐오)’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를 나온 그는 14년 동안 이집트와 요르단에서 거주했으며 25년 이상 수많은 이슬람 교인과 속 깊은 친분을 맺어 왔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체류 중인 김 목사는 이슬람교가 일반화의 오류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슬람 하면 테러집단을 떠올리는 그릇된 인식이 꽤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는 “잘못된 일을 비난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걸 전체를 매도하는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무슬림 대부분은 문제 많은 극단주의를 싫어하고 반대한다”고 했다.
오히려 김 목사는 이웃 종교에 대한 포용력을 이슬람교의 장점으로 꼽았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과거 기독교에 박해받았던 유대교를 받아들여 공동체사회를 인정해준 건 이슬람 국가들이었다.
그가 만난 이슬람교도들은 타 종교에 대한 선입견도 훨씬 적은 편이었다. 김 목사는 “물론 지속된 전쟁의 여파로 많이 변모하긴 했지만 이슬람의 1400년 문화에는 관용의 정신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로 이슬람교 역시 아쉬운 점이 있다. 이슬람교도는 대다수가 날 때부터 이슬람교도다. 집안과 가문의 전통이 우선시돼 개인의 선택에 따른 개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목사는 “역사적으로 충분히 수긍이 가긴 해도 이슬람 내부에서도 시대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제언했다.
김 목사는 자신이 ‘중동 전문가’로 꼽히는 것에 대해 “무슨 전문가란 말처럼 허황된 게 없다. 그것 역시 다양한 이슬람교의 색채를 단순화시키는 오류”라며 “한국도 서구사회의 일방적 논리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이 이슬람사회를 들여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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