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세대’ 다룬 영화 ‘미스프레지던트’ 내달 개봉, 그런데 감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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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7일 17시 11분


사진=영화 ‘미스프레지던트’ 스틸컷
사진=영화 ‘미스프레지던트’ 스틸컷
‘박정희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프레지던트’가 내달 26일 개봉한다.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부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또 청주에 거주하는 한 할아버지는 매일 네 번씩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앞에서 절을 한다.

지난달 24일 열린 시사회에는 친박단체 ‘박사모가족’(박사모와 다른 단체) 회원들이 대거 몰렸다.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 했다는 후문이다.

친박단체를 옹호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연출을 맡은 김재환 감독은 “박사모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독은 “‘박정희는 잘했고 육영수는 그립다’ 정서를 공유하는 박정희 세대에 관한 영화다. 이분들과 어떻게 대화할까. 공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라며 연출 배경을 밝혔다.

‘공범자들’, ‘자백’ 등을 연출한 최승호 PD는 ‘미스프레지던트’ 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MB의 추억’을 만든 감독의 작품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며 “매일 아침 박정희 사진에 절을 하고 국민교육헌장을 염불하듯 외우는 어르신을 어떻게 이토록 애정 깊게 찍을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와 박근혜를 우상처럼 여긴 사람들에 대한 경멸 어린 시선을 거두고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대화해 보자고 이끄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박정희 세대’를 한 번 이해해 보자는 의미로 제작된 영화지만, 친박단체 ‘박사모’는 보이콧에 나서는 분위기다. ‘김재환 감독은 좌파 감독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는 영화일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김재환 감독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의 5년을 돌아보는 ‘MB의 추억’을 연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전과 후의 모습을 비교하며 ‘코미디’라고 표현한다. 지난해에는 최승호 PD의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에도 도움을 준 바 있다.

김 감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부터 해당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기획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서거일에 육 여사 생가에 모였다가 흩어진 사람들을 따라갔다. 일당 2만 원을 받고 극우단체를 따라다니는 이들과 좀 달랐다"라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 영화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의 저임금 노동자라는 값싼 연료로 자신을 태우며 젊은 시절을 견뎌온 그들에겐 객관적인 사실과 토론은 고통이 된다"며 "우리 쪽에서 그들을 알고 놓아버리는 청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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