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날 좋아하는지가 세상에서 제일 궁금하지만, 실은 알기가 힘들거든요. 이걸 보여줄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채널A 러브라인 추리게임 ‘하트시그널’의 이진민 PD(41)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엄마가 뿔났다’, ‘아빠본색’ 등 채널A 간판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그런 그가 ‘하트시그널’로 또 한번 대박을 쳤다.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그를 만나 지난주 종영한 프로그램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작은 움직임을 다 잡으려고 강박적으로 찍었어요. 출연자들 시선이나 표정, 발 모양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타이트하게 들어갔어요. 편집에도 이 점을 가장 신경 썼죠.”
온 제작진이 심리학 연구 서적을 탐독하고 이를 프로그램에 대입하려 노력했다. 출연자의 손짓과 표정 하나까지 잡기 위해 30대가 넘는 다양한 카메라가 동원됐다. 다른 관찰 예능에 비해 많은 수다.
“남의 사랑 이야기는 오래 해도 피곤하지 않고 옆에서 훈수 둘 거리도 많아요. 7시간 이상의 스튜디오 녹화에도 연예인 출연자들이 집에 가지 않을 정도였어요. ‘다음 이야기가 기대돼서 잠이 안 온다’며 녹화 장소에 빨리 오기도 하고요.”
일반인 출연자들도 화제였다. 서로 아무도 안 좋아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됐다. 그러나 연예인과 달리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 프로그램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섭외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외모가 아니었어요. 모든 게 드러나는 장기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자기 언어로 말을 할 줄 아는 매력적인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을 1시간 이상씩 면담한 후 결정했죠.”
높은 인기만큼 각종 근거 없는 소문과 스포일러가 문제 되기도 했다.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온라인엔 최종 커플설, 여자친구설, 대본설 등이 돌았다. 이 PD는 이를 “관찰 예능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최종 커플 라인은 엄중하게 입단속을 했어요. 본부장님과 사장님에게도 ‘알려고 하지 마시라. 이렇게 한두 명씩 알면 결국은 다 알게 된다’고 거절했을 정도였지요.”
이 PD는 1년 반 만에 주어진 휴가를 다녀온 뒤, 하트시그널 시즌2 촬영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족애나 사랑 등 인간의 감정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앞으로 하트시그널과 비슷한 형식의 가족 예능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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