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의 강력한 공격에 직접 응수하는 것은 신통치 않다. 그래서 백은 76으로 우회 전략을 편다. 중앙을 버리더라도 상변에서 근거를 마련해 살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흑은 백 전체를 잡으러 갈 것인지, 중앙 돌을 잡는 걸로 만족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
형세가 우세하다고 본 흑 알파고는 77의 급소를 둬 중앙을 잡는 것으로 타협책을 내놓았다. 백은 일단 상변을 깨고 목숨을 살렸고, 흑은 중앙에 두툼한 집을 내 서로 불만은 없다.
흑 85로 백에 빨리 살아가라고 독촉할 때 백 86으로 민 것은 선수성 응수타진. 그런데 흑 87로 바로 막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다.
참고도를 보자. 당연히 흑 1로 물러서야 했다. 백 2로 뛰어 궁도를 넓힐 때 흑 3 이하의 수순을 진행하면 백은 14까지 간신히 두 집 내고 살아야 한다.
이 그림은 외길 수순으로 다른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선수를 잡고 유유히 우하 쪽을 보강했다면 흑 우세는 변함없었다. 흑 87로 바로 막자 백 92까지 참고도보다 훨씬 좋은 모양으로 살았다. 게다가 선수까지 잡아 백 94로 A의 패가 노리는 상황이 됐다. 알파고의 이해할 수 없는 수에 형세가 격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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