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룸 제공 제안’ 논란…“특급호텔 아니면 아무 곳인가” vs “제안한게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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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11일 08시 48분


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 홍보 대가로 객실 투숙을 요청했다가 구설에 오른 최영미 시인(56)이 “방을 공짜로 달라고 하지 않았다”며 거듭 해명글을 올리면서 누리꾼들도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따.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내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 내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 살다 죽는 것”이라며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붙여 문화상품으로 만들수도 있지 않나. (도로시 파커가 살았던 뉴욕 호텔의 ‘도로시 파커 스위트’처럼)”라고 썼다.

최영미 시인은 호텔에 보낸 이메일에서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 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라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최영미 시인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뒤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하구요. 수영장 있음 더 좋겠다.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후 공짜 객실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최영미 시인은 호텔 측에 추가로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며 “무료로 방을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 호텔에서 내 제안이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며 “그리고 처음 글을 올릴 땐 약간의 장난기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처음엔 홍보해주고 시 낭송 등 서비스 제공하고 그 대가로 무료투숙(엄밀히 따지면 무료는 아니다) 생각한 것 맞다”며 “‘디스카운트’ 운운한 호텔의 답신을 보고 ‘아 이들이 스트레스 받는구나’ 생각해 ‘방값은 방 보고 정하자’는 답신을 호텔에 보낸 것”이라며 “그 때도 내가 홍보해주고 매주 시 낭송하면 한 달 방값이 되고도 남는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남들이 갑질이다 난리칠지 모르니 호텔에 상징적으로 한달에 얼마라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히 들끓었다.

네이버 아이디 ‘gaeu****’는 “호텔방? 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중이 화 나는 건 방 달라 소리 그게 아니다. 가난한 시인이라 자처하는 자가 - 아무데나 살 수는 없다. 서울이나 제주의 수영장 딸린 특급호텔을 달라, 평소 그 호텔 레스토랑을 사랑하여 애용하였다, 내가 한가한 사람은 아니니 장난 댓글 달지 말라 - 바로 이런 정신상태를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이라고 지적했다.

‘wund****’는 “예술가들 남들 지원 도움으로 살아가는 게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고, 워낙 힘들고 팍팍하시니 든 생각이겠지만 표현이 너무 과격하셨네요 ㅜㅜ ‘아무 데서나 사느니 죽는 게 낫다’…. 이런 표현 때문에 사람들이 더 울컥해서 하는 거니까 무서운 생각은 마시길”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돈이 없으면 형편에 맞게 사세요. 수영장 딸린 특급호텔 아니면 창작에 어려움 있으신가 봐요”(matt****), “특급호텔에 수영장 없으면 안된다는 마인드에 자신에 홍보가 될꺼라는 자뻑에. 그리 유명하고 능력자 분이 왜 월세살이 하시는지.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한 나도 내집 살고 있는데”(styl****), “20대도 요즘 사회 물정, 경제관념 등에 노련한 편인데 무슨 과대망상과 나르시즘에 젖어서 저런 글을 페북에 버젓이 드러내놓고 논란되니깐 자기가 공짜로 묵을 생각 없었다고 해명하지?”(shin****), “시를 써서 밥벌이가 안되면 노동 시장에라도 뛰어 들어 먹고 살 궁리를 해라. 시 쓰는거 병행하면서. 시인이라는 사람이 주경야독 이라는 말도 모르나? 육체 노동은 죽어도 하기 싫은 건 아니고?”(ssy2****)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최영미 시인의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는 표현해 분노했다.

이들은 “고시원이나 쪽방에서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곳에서나 사는것보다 죽는게 낫다고? 특급호텔 수영장 없는 곳이면 아무 곳인가”(sori****), “다들 자기가 고생해서 번 만큼의 가정을 꾸리고 산다. 아무 곳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나? 특급이 아닌 호텔과, 수영장 없는 곳이 아무곳이면 대한민국 전부라고 포함할만큼 대부분 사람들이 아무 곳에서 살고있다”(nrz5****), “‘뭘 작가가 그럴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했다가도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 이거보고 꼭지가 도네”(kera****), “본인이 무슨 대단한 사람인줄 착각하는거 같네. 이 나라 서민들은 호텔 아닌 아무 곳에서 살고있는데 정말 죽는게 더 나을까요?”(kkw4****)라고 꼬집었다.

반면 “생활보조금으로 월세를 살아야 하는 전업작가님의 팍팍한 삶을 봐야하는 제가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어쩌다 세상이 문학을 버릴만큼 각박해졌을까요. 또 한분의 소중한 작가가 상처로 고통받으실까 염려됩니다. 부디 선생님의 로망이 현실이 되시길 빕니다”(bori****), “제안을 한걸 가지고. 뭔 문제? 참! 기가 찬 한국이다.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과연 뭐지?”(kkwy****), “독특하네요. 시인다운 제안이라. 호텔이 구미가 댕기면 하는거고 싫으면 마는 거지. 이게 갑질인가?”(sd78****)라며 최영미 시인을 옹호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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