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 엊저녁을 생각해본다. 아이가 학원에 오래 앉아있다 왔다. 남편이 혹은 아내가 회사일이 늦어서 혹은 술자리로 늦게 들어왔다. 나이든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오랜만에 친구와의 약속 자리에 다녀오셨다. 한 가정의 문을 열고 매일 저녁 들어오는 이들. ‘방문객’이라기보다는 ‘거주자’겠지만, 그렇다고 이 시편과 들어맞지 않는 건 아니다. 십몇 년을 커왔고 수십 년의 미래가 앞에 놓인 아이, 인생의 중반을 허위허위 지나가는 남편과 아내, 살아온 날들을 길게 뒤로 한 노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을 맞을 때 한 사람의 과거가, 현재가, 미래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시간과 함께 들어오는 중요한 것이 있다. ‘마음’이다.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한 사람의 일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수없이 부서졌을 마음. 그렇게 셀 수 없는 마음의 금 하나하나가 한 편 한 편의 이야기 아닌가. 그 마음을 감싸고 더듬어주는 편안한 바람처럼, 오늘도 문을 열고 지쳐 들어오는 내 가족을 편안하게 맞아줄 때 다른 어떤 것보다 따스한 환대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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