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회복에 필요한 시간은 여행지 시차 한 시간당 하루’라고 어디서 봤는데 이 이론을 믿고 싶다. 7시간 시차가 나는 곳에서 고작 일주일 살다 온 것뿐인데 일주일 내내 정신이 몽롱하다.
시차 적응 이론이 누구에게나 통하는 건 아닌가 보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데리고 독일에 2주 넘게 다녀온 한 방송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딸의 회복 속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자마자 적응하던데.”
해외 공연을 많이 다니는 밴드에 비결을 물어봐야겠다. 언젠가 그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냥 하는 거죠, 뭐. 무대에 오르고 관객들 함성이 들리면 그 순간부터는 시차고 뭐고 없던데….”
나의 무대는 어디일까. 나의 관객들은 어디 있을까. 그러고 보니 글 쓰는 일이란 외롭다. 직업이 되니 매일 그렇다. 시차 적응은 핑계인가. 함성은 없어도 호통은 먹힌다. 기사 마감 빨리하라는 부장의 말에 오늘도 번뜩, 정신이 든다. 손가락이 자판 위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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