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펼친다. TV와 전등을 끄고 자리에 누운 뒤 5분여 동안. 하루 중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다. 벌레들 울음소리가 막 시작한 듯 베개 주변을 둘러싸고 속삭인다. 분명 한참 전부터 울고 있었을 텐데. 빛과 소리로부터 멀어진 뒤에야 보이고 들리는 존재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밤길을 달리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그렸다. 갑자기 고장 난 전조등. 잠시 당황했던 남자의 시야에 반딧불이가 사뿐 안겨든다. 한 톨 등불 없이 바라보는 한밤의 소낙비가 어떤 빛을 보여주는지, 먼 하늘 불꽃놀이가 어떤 여운을 남기는지, 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저 보이지 않게 됐을 뿐임을, 말없이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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