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SNS시대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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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거나(왜냐하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유유출판사·2016년)

최근 ‘글쓰기 노하우’에 대한 책 열풍이 불고 있다. 2014년 강원국 전 대통령연설비서관이 쓴 ‘대통령의 글쓰기’와 이듬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펴낸 ‘글쓰기 특강’이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잇따라 올랐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는 ‘글쓰기 노하우 책’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판매량을 집계할 정도다. 지난해 글쓰기 책 판매량은 2015년보다 32.9% 늘었다. 올해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져 올해 글쓰기 책 판매량은 지난해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동네서점이나 여러 강연 목록에도 글쓰기 강좌는 빠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이 첫손에 꼽힌다.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은 “글쓰기는 오랫동안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누구나 SNS를 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인식이 일상을 표현하는 도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도 원인이다. SNS를 통한 마케팅이 일상화됐고, 내용만큼이나 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해지면서 제안서나 기획서 작성 부담도 커졌다. SNS를 통해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알아간다는 게 역설이다.

최근엔 1인 출판사인 유유출판사가 펴낸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의 판매부수가 3만 부를 넘겼다. 많은 이들이 즐겁고 괴로운 글쓰기에 푹 빠져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 책은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글을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읽는 이를 의식하고 배려하는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장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생각을 버릴 때 문장이 자연스러워진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독자가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최대한 덜어내고, 습관적으로 쓰이는 표현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장이 자연스러워야 글 쓰는 괴로움도 덜하다는 것. 매일매일 글쓰기 앞에 놓인 이들이 새길 만한 원칙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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