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내팽개쳐진 백설공주의 미소… 도발일까 욕망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문제적 작가’ 폴 매카시, 5년만의 한국 개인展

작가가 ‘욕망의 여인’으로 표현한 백설 공주 조각상. 국제갤러리 제공
작가가 ‘욕망의 여인’으로 표현한 백설 공주 조각상. 국제갤러리 제공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이며 행위예술가. 성과 폭력을 향한 거침없는 비틀기로 ‘문제적 작가’ ‘악당’으로 통하는 세계 현대 미술의 흥행 보증수표 폴 매카시(72·사진).

그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10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컷 업, 실리콘, 여자 우상, 백설 공주’란 제목의 개인전으로 한국에 왔다. 이 갤러리가 열었던 ‘아홉 난쟁이들’ 이후 5년 만이다. 14일 국제갤러리에서 그를 만났다.

미국 유타주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공부한 그는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을 통해 미국식 상업주의를 꼬집었다. 풍요 속에 감춰진 퇴폐와 금기, 폭력과 욕망 등을 다루며 세계적 거장이 됐다. 특히 그가 매달려온 소재 중 하나는 1937년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번에 그가 표현한 백설 공주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는 순진무구한 공주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갤러리 바닥에 내팽개쳐진 백설 공주의 커다란 머리 조각상엔 실리콘이 용암처럼 흘러내려 있다. 목에 파이프를 박고 있는 공주는 그런데도 한껏 미소를 짓고 있다. 혹자들은 그 미소를 ‘성적 환희에 도달한 욕망의 미소’라고 본다. 이 조각상 옆쪽 벽면에는 프랑스 화가 프랑시스 피카비아(1879∼1953)의 ‘여인과 우상’이란 그림이 걸려 있어 야릇한 조화를 이뤄낸다. 가터벨트와 하이힐 차림의 여성이 이교도 우상을 안고 있는 뒷모습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나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3차원 스캔해 고밀도 우레탄 레진으로 제작한 설치작품 ‘컷 업(Cut Up)’도 선보였다. 자신의 팔 다리 성기 등 조각상을 기형적으로 조립했다.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진다. 1970년대 행위예술을 할 때부터 내 몸은 중요한 작업의 부분이었지만 요즘엔 좀 더 죽음을 생각하게 돼 이렇게 만들게 됐다.”

그에게 “신문 사진 촬영을 위해 작품 옆에 서 달라”고 부탁하자 예상 밖으로 “싫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를 묻자 그는 말했다. “난 내 작품과 비교되고 싶지 않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폴 매카시#국제갤러리#백설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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