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앞에 다가앉은 피아니스트. 머리를 깊이 숙여 건반에 닿을 듯 가까이 댑니다. 머리를 흔들고, 눈을 찌푸리고, 선율을 콧노래로 흥얼거립니다. 피아노 팬이라면 기억나는 이름이 있죠?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입니다.
그런데 왕성하게 활동 중인 현역 피아니스트 가운데도 비슷한 무대 매너로 눈에 뜨이는 인물이 있습니다. 올해 36세인 프랑스 피아니스트 다비드 프레이(사진)입니다. 그 역시 고개를 피아노 가까이 가져다 대고, 머리를 흔들고, 콧노래를 부릅니다. 기인(奇人)스럽다 할 만한 그의 모습에 피아노 팬들은 ‘제2의 굴드’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생전의 굴드를 필름에 담았던 다큐멘터리 감독 브뤼노 몽생종이 프레이에 주목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닙니다. 2004년 프레이가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몽생종 감독은 그의 연주와 개인적 면모를 담은 ‘흔들고, 노래하고, 생각하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왜 연주 중에 그런 특이한 포즈가 나올까요? 프레이 자신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연주자의 몸은 음악과 함께 진동하고 공명해야죠. 성악가들은 그렇게 노래하지 않습니까. 피아니스트도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그가 자아내는 음악은 굴드와 다릅니다. 다르다기보다는 차라리 굴드와 대비됩니다. 두 사람 모두 바흐를 사랑하지만, 한 음 한 음이 분명하게 딱딱 떨어지는 굴드의 바흐와 달리 프레이가 연주하는 바흐는 유연하고 냇물처럼 흐르는 편입니다. 그가 연주하는 바흐는 감각적으로 유려하며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렇게 ‘굴드 같으면서도 굴드 아닌’ 프레이가 서울에 옵니다. 15∼18일 여수, 부산, 인천에서 연주를 펼쳤고 오늘(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바흐의 건반악기 협주곡 세 곡을 협연합니다. 현역 바흐 스페셜리스트가 조선의 명군주 ‘세종’의 이름으로 활약하는 악단과 함께 자아내는 유려한 바흐에 기대가 큽니다. 마침 세종솔로이스츠를 창립한 강효 줄리아드음악원 교수가 제31회 인촌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군요. 큰 축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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