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강원 춘천 강원대병원 어린이병원 1층 로비. 오랜 병원 생활에 지친 아이들과 부모들이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설화의 뒷이야기를 재해석한 뮤지컬 ‘연이와 야생소년’ 공연을 보며 환한 미소와 박수를 보냈다. 이 작품은 평강공주가 가장 사랑하는 애장품 거울을 훔친 시녀 연이가 숲속에서 야생소년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는 이야기다.
공연이 진행되자 로비에는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로비 의자에서 관람하던 이수하 양(11)은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하다 보니 공연이 있을 때마다 종종 와서 보는 편인데 클래식 연주회가 아닌 연극 공연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강원대병원학교 빈명신 교사는 “병원 로비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누구나 지나가면서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며 “병원의 자체 예산으로는 할 수 없는 ‘신나는 예술여행’ 공연으로 환자 어린이들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소외지역을 위한 문화복지사업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복권위원회가 함께하는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은 400여 개 예술단체가 농어촌 산간지역이나 도시의 복지시설, 군부대, 교정시설 등 문화 소외 지역에 직접 찾아가 공연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2004년부터 사회적 경제적 지리적 소외 지역에서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시작됐다. 병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신나는 예술여행’뿐 아니라 지방의 문예회관에 공연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일상생활에서 문화예술 활동이 가능하도록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생활문화 공동체 만들기’ 등 지금까지 4500여 회 프로그램이 진행돼 왔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 ‘병원선’처럼 낙도를 돌아다니며 문화공연을 펼치는 예술공연팀도 생겨나고 있다.
복권기금 문화나눔을 통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평생 처음으로 경험했다는 주병윤 씨(경북 구미시)는 “마을에서 종종 잔치를 하는데, 평생 처음 경험하는 즐거운 잔치였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 하얀문화의집에서 열린 아트마켓에 참여한 주민 정혜경 씨는 “늘 서울의 문화시설을 부러워했는데, 동네에서 수준 높은 예술작품과 공연을 접하게 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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